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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기부금 이자수익 작년 3999만원···쓴 곳은 오리무중

중앙일보

입력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안성 쉼터 고개 매입 및 회계 부정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안성 쉼터 고개 매입 및 회계 부정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부금 등으로 5500여만원의 이자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의연이 공개한 결산 서류에선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오리무중이다. 사용처와 회계 오류 여부에 대해 정의연은 "회계 감사를 진행 중이라 현재로썬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리송한 이자수익 사용처 

19일 정의연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결산 서류에 따르면, 이 단체는 전신인 정의기억재단을 설립한 2016년부터 4년간 예금이자 수익 5551만원을 '사업외수입'으로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이자는 3999만원이다. 지난해 기념품·자료 등을 팔아 번 돈 309만원도 사업외수입으로 잡았다. 공익법인 회계 기준상 사업외수입은 해당 금액을 공익사업에 주로 쓰지 않을 때 잡는 항목이다.

만약 이자수익을 공익목적 사업에 주로 썼다면 '사업 수익'으로 기록해야 한다. 법인세(최대 25%) 감면까지 받으려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란 항목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공익법인은 이자수익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잡는다. 그러나 정의연 회계·공시 자료에는 이 항목은 계속 '0원'으로 처리돼 있다. 회계 장부로만 해석하면, 정의연은 기부금·국가 보조금을 예금하고 얻은 이자수익과 기념품 판매 수익 등을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 등에 쓰지 않은 셈이 된다.

정의기억연대 2019 공익목적사업 비용 세부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의기억연대 2019 공익목적사업 비용 세부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고유목적준비금 없으면 유용 의심받아"  

공익법인에 있어서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설정 여부는 탈세와 절세 사이를 오가는 중요한 회계처리 포인트다. 공익법인이 커피·책·기념품 등을 팔거나 부동산 처분, 예금이자 등으로 번 돈을 공익사업에 쓰일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세제 혜택을 주면, 일반 기업도 공익법인을 세워 수익 사업을 하는 폐해가 생길 수 있어서다. 국세청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묶은 돈을 5년 동안 공익사업에 쓰지 않으면 다시 원래대로 법인세를 부과한다.

공익법인 회계에 정통한 회계사는 "이자수익 등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묶지 않으면, 이 수익 사업 금액을 개인이 유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쓰려는 것인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정의연 재무자료를 봐서는 이 단체가 이자소득 등에 법인세 감면을 받는 지부터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금 비중 99.7%…"외연 확장 중요시"  

정의연 자산 대부분(99.7%)을 차지하는 현금 비중도 논란거리다. 정의연이 보유한 예금 자산은 설립 당시 12억2500만원에서 3년 만에 2배 가까이(23억400만원) 증가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통상 기업은 사업 영역을 넓힐 때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며 "정의연이 다른 단체와의 연대, 국제 사업 등 외연 확장에 신경을 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기억연대 전체 자산 중 예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의기억연대 전체 자산 중 예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의연은 회계 관련 질의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회계·공시 등엔 오류가 있어, 이를 전제로 (질문에) 답변하기가 어렵다"며 "현재 외부 회계감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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