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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재폐업] 약사법 재개정·구속자 석방 쟁점

중앙일보

입력

개원의.전공의.의대교수 등 여러 단체로 이루어진 의료계의 요구가 두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단체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분모는 약사법 재개정과 구속자 석방 및 수배자 해제다.

최선정(崔善政) 보건복지부장관은 11일 "문제의 본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고 이에 맞는 처방전을 내놨는데..." 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약사법 재개정은 약사라는 파트너가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하고, 구속자 석방은 사법부의 고유권한이라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두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폐업을 풀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자칫하다간 폐업이 장기화할 공산도 크다.

◇ 쟁점=구속자 석방은 의약분업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의료계는 파트너인 복지부에 "보건복지부의 소관이 아닌 줄은 안다. 관련당국에 탄원서를 내달라" 고 한다.

崔장관은 "구속자 석방은 사법부의 일이다. 관련사항일 뿐 사태의 본질과 무관하다" 고 곤혹스러워했다.

약사법 재개정은 지난 6월 폐업 때 의료계가 요구했던 것이다.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개정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한다.

당시 의료계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 약을 여러 개 섞어 팔면 사실상의 임의조제" 라고 주장했다.

국회는 이를 수용해 임의조제(낱알 판매 또는 혼합 판매) 의 근거인 약사법 제39조2호를 삭제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제약회사들은 포장단위를 10개 전후의 소량으로 바꿔 생산할 것이고, 이 약을 몇종 섞어 팔면 임의조제" 라고 한다. 따라서 약의 최소 판매단위를 30정 이상으로 제한해 달라는 것이다.

의료계는 대체조제를 전면 금지해 달라고 요구한다. 다만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복제약의 효과가 오리지널 약과 같은지 인체시험으로 입증하는 방법) 을 통과한 약에 한해 허용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崔장관은 "새 약사법에 문제가 있으면 국회에 고치자고 하겠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또다시 개정할 수 있느냐. 여야 합의로 바꾼 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할 입장이 아니다" 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 폐업 전망=두가지 쟁점은 사법부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약사법 개정은 약사회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시 약사회는 11일 성명서에서 "대체조제 때 환자의 확인을 받고 의사에게 대체조제 사실을 서면으로 통보하기로 한 정부대책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 고 비난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를 해야 한다. 지금은 대화라인이 거의 단절된 상태다. 대화 창구가 없어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폐업의 원동력인 전공의는 아예 정부와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설사 두가지 문제가 접점을 찾는다 하더라도 의료계가 폐업을 접을지는 미지수다. 수배 중인 신상진(申相珍) 의쟁투위원장은 의사 통신망에 "폐업을 성급하게 풀지 말고 풀더라도 회원 전체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고 지시했다.

또 일부 회원들이 의약분업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개원의 중에는 일본식 임의분업(병원에서 원내 처방을 받든지 원외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하든지 환자가 선택하는 형태) 을 주장하는 세력도 만만찮다.

전공의는 "의료계 요구를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한 정부가 사과하라" 면서 ´정부의 항복´ 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쟁점을 풀기 쉽지 않은 점, 복잡한 의료계 내부사정 등을 감안할 때 재폐업이 조기에 종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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