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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의료대란´ 우려…교수들도 진료거부 가세

중앙일보

입력

전공의.전임의 파업에 이어 일부 의대 교수들이 외래진료 철수를 결의하고 일부 의대생들이 자퇴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제2차 의료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1일부터 재폐업 투쟁에 들어가기로 결의함에 따라 동네 병.의원들까지 전면 휴.폐업 투쟁에 가세할 것으로 보여 극심한 불편과 후유증이 예상된다.

◇ 대학 및 종합병원 = 연세대 의대 교수들과 가톨릭의대 9개 병원 교수들이 전날 외래진료 철수를 결의한 데 이어 9일에는 서울대병원 등에서도 교수들이 의협의 재폐업 투쟁선언과 관련한 회의를 가질 예정이어서 회의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이날 오후 비상총회를 열어 향후 입장을 결정키로 했다. 이 병원은 이날 현재 병상가동률이 60%로 떨어졌으며 외래 환자들에게는 `진료연기´ 통보를 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도 교수들이 외래진료를 거부하기로 결의한 가운데 병상가동률이 54%까지 떨어졌으며 외래진료도 예약환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 교수들은 그동안 병원을 지켜왔으나 이번 주말까지 정부가 납득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다음주부터 고려대의료원은 부득이 응급의료체계만을 가동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가톨릭 의대 부속 9개 병원 교수들도 오는 11일부터 외래환자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각 병원별로 의료행위 거부에 관한 성명서 작성에 돌입했다.

특히 가톨릭의대 교수들은 10일 성명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일괄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관계자는 "의협에서 오는 11일부터 개원의 중심으로 폐업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우리 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들은 병원협회 지침이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공립병원 및 보건소 = 국립의료원은 이날 오전 10시 현재 외래환자의 경우 70여명, 응급환자는 14명으로 평상시와 비슷하지만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파업에 가세하고 의료폐업이 재개될 경우 환자가 몰릴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황정연 응급의학과장은 "의협이 11일 재폐업에 돌입하고 동네 병.의원마저 휴.폐업에 들어가면 국.공립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릴 것이며, 지난 1차 폐업 때와 마찬가지의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보건소 의료진의 도움을 요청할 방침이나 진료에 한계에 봉착할경우 중환자들은 일본.대만 등 가까운 해외로 공수하는 수단도 강구해야 한다"면서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 정부는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시내 각 보건소도 마찬가지.

그러나 보건소는 의료장비 및 시설 면에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어 의사들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관악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는 한계가 있어 중환자들은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신 진료가 가능한 대형병원들과 유기적인 비상연락체계를 갖추고 환자들을 그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동네 병.의원 = 대학 및 종합병원에서 전공의.전임의들의 파업에 따라 문을 연 동네 병.의원들에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H병원의 경우 외래환자들이 평소보다 20% 정도 늘어났으며 정형외과 등 일부 과는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몰려 하루 3건에 그쳤던 수술 건수도 4∼5건으로 늘어났다.

동작구 상도4동 D병원 관계자는 "1백여 병상이 꽉찬 상태여서 환자 및 입원자들이 몰려들 경우 병원내 가용공간을 최대한 활용, 임시 입원실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 병원에서 소화할 수 없는 중환자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책을 강구할 수 없어 염려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만성 위염으로 D병원을 찾은 윤복례(62.여.동작구 신대방1동) 씨는 "그동안 보라매 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파업 여파로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며 "빨리 의사들의 파업이 해결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환자들 불안 고조 = 전공의.전임의 파업에 이어 교수들까지 진료거부에 나서기로 하자 환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중인 정병기(41) 씨는 "의약분업 실시 이후 대체조제 등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현 제도의 문제점이 노출돼 의사들이 주장을 이해하게 됐지만 여전히 환자들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김진아(28.여) 씨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께서 피검사를 하고 처방전을 타야하는데 교수들이 외래진료까지 철수하면 진료조차 못받을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병원에 신장염으로 입원중인 김일규(62.여) 씨는 "내과로 입원했다가 1주일전 병원측이 `수술을 받아도 되겠다´고 해서 비뇨기과로 옮겼는데 이제는 `일손이 달려 수술일정을 못잡는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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