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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민] 팬데믹과 디지털 화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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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Economist Deconomy]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미 의회를 통해 위임받은 임무는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다. 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으로서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편다. 경기가 침체해 실업이 발생하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확대한다. 반대로 완전고용 달성을 넘어선 경기과열과 임금상승 및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면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축소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정상의 정상화

2008년 9월 리만이 파산한 이후 연준은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확대하는 전통적인 수단을 넘어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라는 비전통적인 수단을 반복적으로 활용했다. 지난 10여년간 이러한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으로 평가됐다. 즉, 상시적으로 쓰는 통화정책 수단이 아니며 언젠가는 적정 수준의 양의 금리로 복귀하고,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자산 및 부채)는 양적완화 시행 이전 수준의 감소를 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20년 3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한 지금,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는 더 이상 비전통적인 정책수단이 아닌 상황이며, 항구적으로 지속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팬데믹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데다, 미국 경제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침체 압력에 놓여져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실업이 만성화되고 중앙은행이 공급한 유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상시적인 경기침체와 금융 불안정성이 내재한 상황에서 가계 및 기업의 경제활동 위축으로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하락 및 공급과잉, 민간은행들의 디레버리지로 시중 유동성이 부족해져 디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된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이러한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는 상시적인 정책수단이 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정상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실물경제는 갈수록 침식됐고 금융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에서 팬데믹이 충격을 가한 상황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될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얘기까지 나온다

오히려 지금은 마이너스 금리도입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럽ㆍ일본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수혜를 받는 상황에서 미국도 이를 도입할 필요성을 촉구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단기 내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일축하긴 했다. 하지만, 향후 통화정책 수단으로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완전히 제외하지는 않았다. 이 가운데 미국의 단기금융 시장은 2021년 초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파월 의장이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장기적인 성장부진 시 연준의 적극적 대응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부자(lender)가 차입자(borrower)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의 대출자금은 민간시장에서 공급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자금조달이나 금융서비스의 비용부과라는 측면에서 마이너스 금리 대출이 실시될 수 있다. 

유동성 함정에서 재정정책의 효과가 크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부채 및 이자비용 증가라는 점에 확장 재정정책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마이너스 금리의 정부차입이 이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가가 아닌 기업이나 가계의 대출에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기는 어렵겠지만 기업이나 가계의 투자나 소비를 위한 금융비용 경감에는 물론 도움이 될 것이다. 민간은행 역시 최대한 낮아진 금융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필수적이고 우량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에 대출하거나 투자해 성과를 보일 수도 있다. 이는 대체로 기존 거시경제나 금융 시스템이 작동하는 경로가 될 것이다.

#디지털 화폐 전쟁의 시작

경기침체와 금융 불안정성이 내재하는 상황에서 절대적 저금리, 제로금리, 더 나아가 마이너스 금리 환경은 거시경제ㆍ자금조달 및 금융시스템 환경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압력으로도 나타날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융합, 낮아진 금리로 대부나 채권의 수요가 약화하면서 대체자본의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MMT(Modern Monetary Theory, 현대화폐이론)ㆍ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통화) 및 빅테크 파이낸스(Big-Tech Finance) 기업들의 금융 서비스 도입, 채권이 아닌 영구적 자본과 기부의 성격이 혼재된 자금조달 형태인 암호자산(Crypto Asset)의 출현과 제도화 등이 대표적인 재정과 금융의 대전환의 움직임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대전환의 요구 앞에서 나타난 팬데믹 충격으로 인해 디지털 화폐전쟁이 시작된 느낌이다. 외면하고 피해갈 수 있는 변화가 아니기에 우리는 차라리 적극적으로 이 전쟁에 참여해야 할 것 같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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