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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예능’서 미운 오리 새끼 된 ‘개콘’…21년 역사에 쉼표

중앙일보

입력

1999년 시작해 21년 만에 장기 휴식기에 돌입한 ‘개그콘서트’. [사진 KBS]

1999년 시작해 21년 만에 장기 휴식기에 돌입한 ‘개그콘서트’. [사진 KBS]

지상파 유일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KBS2 ‘개그콘서트’가 21년 만에 장기 휴식을 선언했다. KBS는 14일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불거져 나온 폐지설이 현실화되면서 사실상 종영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KBS “새로운 변신 위해 휴식기 갖는다” #출연자들은 유튜브 채널서 실험 계속

1999년 7월 18일 파일럿으로 첫선을 보이고 9월 정규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개그콘서트’는 실험적인 코너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국민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 8월 31일 방송된 200회 특집은 당시 역대 예능 최고 시청률 35.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2010년 KBS2 ‘1박 2일’(39.3%)과 지난 3월 종영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35.7%)에 버금가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개그의 산실로 숱한 스타를 배출하며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김준호와 김대희부터 이수근, 박준형, 정종철, 송중근, 김병만, 박성광, 박영진, 윤형빈, 유세윤, 신봉선, 강유미, 안영미, 신보라 등 개콘을 거쳐 가지 않은 개그맨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5월 방송 1000회를 맞이해 진행한 기억에 남는 유행어 설문조사에서는 옥동자의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잘난 척하기는, 적어도 나 정도는 돼야지”가 1위에 올랐다.

지난해 5월 방송 1000회를 맞아 열린 ‘개그콘서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출연진. [사진 KBS]

지난해 5월 방송 1000회를 맞아 열린 ‘개그콘서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출연진. [사진 KBS]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열린 각종 시상식에서 총 156개 부문의 트로피를 챙겼다. KBS 연예대상에서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2003, 2011, 2012, 2013)을 4차례 수상하고, 박준형과 김준호는 각각 2003년과 2013년에 대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각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합해서 열리는 백상예술대상 예능 부문 작품상(2000, 2009, 2012)도 3차례나 받았다.

하지만 야외 버라이어티와 관찰 예능의 강세가 지속되고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개편 때마다 ‘개콘 위기론’이 대두됐다. 지나치게 정치색을 띤 편향적인 개그나 달라진 성 인지 감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옛날 개그로 비판받기도 했다. 지난 연말에는 2001년부터 18년간 지켜온 일요일 밤 시간대도 내줬다. 새로 시작하는 ‘1박 2일’ 시즌 4 때문에 토요일 밤 9시로 시간대를 옮겼다가, 지난달부터는 ‘살림하는 남자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금요일 밤 8시 30분으로 밀려났다. 지난 8일 방송된 1046회 시청률은 2.5%까지 내려갔다.

KBS 측은 “출연자들은 휴식기 동안 KBS 코미디 유튜브 채널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함께 했던 전유성은 “MBC, SBS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없앤 상황에서 KBS마저도 없어지니 안타깝다”며 “요새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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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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