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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투’ 이어 ‘개콘’까지 사라지려나…시청률 부진에 존폐 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9월 방송된 '개그콘서트' 1010회. 전면 개편을 위해 2주간의 결방을 거쳐 내보낸 방송이다. 역대 방송의 '레전드' 코너로 꼽히는 '생활사투리'까지 부활시키며 시청률 반등을 노렸지만 끝내 프로그램 존폐 기로에 서고 말았다. [사진 KBS]

지난해 9월 방송된 '개그콘서트' 1010회. 전면 개편을 위해 2주간의 결방을 거쳐 내보낸 방송이다. 역대 방송의 '레전드' 코너로 꼽히는 '생활사투리'까지 부활시키며 시청률 반등을 노렸지만 끝내 프로그램 존폐 기로에 서고 말았다. [사진 KBS]

21년 역사의 KBS ‘개그콘서트’가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KBS는 7일 “‘개그콘서트’ 폐지 여부는 논의하지도, 결정하지도 않았다”는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익명을 요구한 KBS 관계자에 따르면 출연 개그맨들에게는 이미 이달말까지만 녹화한다는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9월 첫 방송한 ‘개그콘서트’는 KBS 대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2000년대 초·중반 3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심현섭, 정종철, 박준형, 강성범, 정형돈, 김병만, 이수근, 신봉선, 오지헌, 유세윤, 강유미, 장동민, 박성광, 허경환, 윤형빈 등 숱한 개그맨들이 ‘개그콘서트’를 통해 발굴되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리얼 버라이어티, 오디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로 자리잡으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2001년 이후 19년 동안 지켜왔던 일요일 밤 방송시간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넘기고 토요일로 옮겼고, 또 지난달부터는 금요일로 다시 방송시간대가 옮겨지면서 고정 시청층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가정의 달 특집으로 꾸린 지난 1일 방송은 개그맨들의 가족까지 동원됐지만, 시청률은 3.2%(닐슨코리아 조사 결과)에 머물렀다.

KBS는 2001년부터 방송한 ‘해피투게더’도 지난 3월 28일 녹화를 끝으로 방송을 종료한 바 있다. 당시 KBS는 “잠시 시즌을 멈추고 재정비에 들어가기 위해 휴지기를 갖는다“고 밝혔지만, 시즌1에서 시즌4까지 이어지는 동안 한번도 휴지기를 둔 적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종영한 셈이었다. 지상파 최장수 토크쇼였던 ‘해피투게더’는 쟁반노래방ㆍ사우나토크 등의 코너가 인기를 끌며 22.8%(2008년)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렸지만, 올들어선 1%대 시청률로 자체 최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장수 프로그램의 연이은 방송 종료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단일 프로그램 차원에서 보면 20년 된 프로그램이 종영하는 것은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 장르 쏠림 현상에 따라 특정 분야가 없어진다는 것은 문제”라며 “‘개그콘서트’ 가 폐지돼 코미디 프로그램의 맥이 끊긴다면 신인 육성과 코미디 문법 개발 등이 어디서 이뤄지겠냐”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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