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코로나19 비상에 트럼프·펜스도 서로 거리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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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UPI=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서로 거리두기에 들어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당분간 물리적인 만남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서로를 멀리하면서 같은 공간에 자리하는 상황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CNN은 백악관 직원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일부 고문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을 떼어 놓아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그동안은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최근 며칠 사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파견 군인에 이어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 케이티 밀러가 코로나19에 감염되자 방역 조치를 한층 강화했다. 11일부터는 백악관 집무 공간인 웨스트윙을 드나드는 모든 직원에 대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펜스 부통령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하면서도 지난 8일 밀러 대변인이 확진을 받은 이후로는 펜스 부통령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화로 서로 상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코로나19 테스크포스(TF)의 핵심 구성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 등도 백악관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확진자가 나온 지 나흘이 지났지만 보건 당국이 아직 이들의 감염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밀러 부통령 대변인이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참모들이 주말 내내 접촉자 추적을 시도했지만 밀러가 누구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밝혀내지 못했다고 CNN은 11일 보도했다.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추가 감염자 발생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직장인 백악관이 바이러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국민을 일터로 돌아가라고 독려하면서 경제 정상화를 서두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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