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마이신 자폐증에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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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중에서 효과가 가장 강력한 반코마이신으로 자폐증(自閉症) 치료에 효과를 보았다는 얘기가 미국에서 떠돌면서 반코마이신 남용이 우려되고 있다.

얘기는 자폐증 아들을 둔 한 어머니(일리노이주 거주) 가 시카고에 있는 러시아동병원의 자폐증 전문의 리처드 샌들러 박사에게 반코마이신이 자폐증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자신의 아들에게 한번 시험해 봐 달라고 한데서 시작되었다.

엘렌 볼트라는 그 어머니의 말로는 자기 아들 앤드루의 자폐증 증세중 일부는 신경독소를 만들어내는 장(腸) 감염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샌들러 박사는 믿어지지않았지만 앤드루에게 반코마이신을 투여했는데 놀랍게도 증세가 호전되었다. 완전히 치료가 된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하고 대소변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샌들러 박사는 앤드루처럼 심한 위장장애가 있는 자폐증 아이들 11명을 대상으로 반코마이신의 치료효과를 실험했다(자폐증 아이들의 30%는 위장장애가 함께 나타난다) .

신경심리테스트 결과 이들중 10명이 증세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샌들러 박사는 이 임상실험 결과를 ´아동신경학´ 7월호에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효과는 일시적인 것이었다. 반코마이신이 처방된 앤드루와 다른 아이들은 몇달후 자폐증 증세가 더욱 악화되었다. 그러나 이 얘기를 전해들은 자폐증 자녀를 둔 다른 부모들로부터 반코마이신의 효과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샌들러 박사는 앞으로 더 연구를 해 보고 확실한 결말이 날 때까지는 반코마이신 투여가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시카고의 또다른 자폐증 전문의 마이클 세스 박사는 금년 가을 자폐증 아이들을 대상으로 반코마이신과 위약(僞藥) 을 투여해 이른바 ´플래시보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실험할 계획이다. (e-메일 연락처: rushstudyaol.com)

존스 홉킨스대학 의과대학 신경과 전문의 앤드루 짐머만 박사는 자폐증 자녀를 둔 가족들이 문의를 해오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만 갖고는 항생제 처방을 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짐머만 박사는 그러나 위장장애가 자폐증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 위장장애가 자폐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자폐증의 우연한 부작용인지를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는 역시 자폐증 아들을 둔 한 어머니가 장(腸) 호르몬인 세크레틴 주사를 맞은뒤 아들이 치료되었다고 밝힌뒤 수천명의 자폐증 아이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실시됐으나 아직까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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