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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 창고 대표는 이후락 손자…'프라이드 폭행' 재조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한익스프레스) 대표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손자란 사실이 화제로 떠올랐다.

한익스프레스는 운송ㆍ물류ㆍ창고업을 하는 회사다. 대표는 이석환(47)씨. 한익스프레스 최대주주(지분 25.6%)이기도 하다. 이 대표의 아버지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아들인 이동훈 전 제일화재 회장이다. 어머니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누나 김영혜씨다.

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캡처

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캡처

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 대표가 1994년 1월 '건방지게 프라이드가'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이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94년 당시 20대였던 재벌 2세 4명이 차선 변경으로 시비가 붙은 프라이드 운전자를 집단폭행한 사건이다. 해외 유학 중 방학을 맞아 귀국한 이들은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에서 그랜저 승용차를 몰았다. 프라이드 승용차가 차량 앞으로 끼어들자 차를 세우도록 했다. 그리고는 벽돌·화분으로 프라이드 운전자·동승자를 폭행해 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받았다. 당시 가해자 중 한 명이 이후락 전 중정부장의 손자라며 입길에 올랐던 이 대표다.

한익스프레스도 책임질까

화재가 일어난 창고 현장 시공을 발주한 대표가 이씨란 사실이 알려지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수사결과에 따라 발주사까지 형사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함경식 건설안전연구원 원장은 "발주사가 시공사에 구체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만약 발주사가 특정 물질이 들어가는 시공을 구체적으로 요구했고 그것이 화재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공사든 발주사든 건설현장 사고에 대한 처벌 수준이 현저하게 낮은 것이 사고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 사고에 대한 벌금이 수천만 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원청이든 하청이든 처벌 수준이 낮으니 안전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갑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발주사는 공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업체라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일차적인 책임은 시공사인 건우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합동분향소. 연합뉴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합동분향소. 연합뉴스

경찰, 불법개조도 수사 

유족 측은 건설 중인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지하 1층에서 불법 개조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하 1층에는 애초 일반창고가 들어서도록 설계했는데 냉동창고로 불법 개조 지시가 내려와 추가 우레탄폼 작업을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지난 6일 3차 합동 감식을 통해 물류창고 지하 1층의 불법개조 여부를 들여다봤다. 한익스프레스에 설계 허가를 내준 이천시는 "현재 수사 중이라 구체적인 사안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1일 소방관들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29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1일 소방관들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중앙포토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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