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폐업 파문 ´진료권 확보´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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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진료권만 확보된다면 집단 폐업을 철회할 수 있다" 고 밝히면서 의.정간 협상 쟁점이 ´진료권´ 으로 압축되고 있다.

진료권은 약사의 임의조제와 대체조제를 겨냥한 것으로, 약사 마음대로 약을 팔도록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의사만이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다는 원칙적인 주장 외에 내면적으로는 환자가 줄어들고 약값 마진이 사라져 수입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그래서 진료권은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의료계의 주장은 약계의 입장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어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 임의조제〓약사법에 엄격히 금지돼 있는데도 쟁점이 된 배경은 혼합 판매 때문이다.

의사들은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약을 약사들이 여러 개 섞어 파는 것은 사실상 임의조제라고 주장한다.

약사들은 일반약을 한 품목만 팔든, 여러 종을 섞어 팔든 이는 약사의 고유 권한이며, 혼합 판매는 조제가 아니라 판매라고 반박한다.

의사들은 약의 오.남용과 약사의 ´진료행위´ 를 막기 위해서는 약의 최소 판매 단위를 30정 이상으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많은 양을 섞어 팔지는 못할 것이란 얘기다. 약사들은 환자가 더 불편해지고 부담도 늘어난다고 맞선다.

양쪽 다 맞는 말이다. 가령 박카스와 우루사를 함께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일반약만으로 된 의사의 몸살감기 처방전을 본떠 4~5개의 약을 혼합해 몸살감기약을 파는 것도 문제다.

의사들이 "10년 이상 배운 ´노하우´ 가 처방전을 통해, 그렇지 않아도 사실상 진료행위를 하는 약사에게 그대로 누출된다" 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 대체조제〓대체조제란 의사의 처방전에 없는 약을 정부가 인정한 효능이 같은 약으로 바꿔 파는 것이다.

법에는 환자의 동의를 받아 대체조제한 뒤 의사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다.

의사들은 처방전에 명기된 약을 다른 약으로 바꾸려면 조제하기 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대로 간다면 진료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약사들은 약에 대해 전문가인 만큼 그럴 필요가 없다고 반박한다.

◇ 정부 입장〓의사가 처방전에 ´대체 불가´ 를 표시하면 대체조제를 못하도록 정부안을 마련했는데 지난해 5월 환자 동의로 가능하도록 의.약계가 합의해 바꿔놓고 이제 와 딴소리를 한다고 비판한다.

임의조제에 대해서는 양쪽의 주장을 모두 인정한다. 최소 포장단위를 10정 안팎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약사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부담스럽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의약분업을 3개월 정도 시행해 보고 문제가 드러나면 약사법을 고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느냐. 그렇지만 이달 중에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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