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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않고 가정학습도 출석 인정…사실상 '등교선택권'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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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등교 개학을 대비해 급식실 칸막이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등교 개학을 대비해 급식실 칸막이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전국 유·초·중·고교가 첫 등교를 앞둔 가운데, 정부가 가정학습도 출석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학교 내 감염을 우려하는 학부모에게 사실상 '등교 선택권'을 준 셈이다.

'가정학습'도 체험학습 인정…기간은 학교마다 달라

7일 교육부가 발표한 방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교외 체험학습 사유로 '가정학습'을 인정한다. 교외 체험학습은 학생이 여행이나 친지 방문, 박물관 체험활동 등을 할 경우에 사전 계획서를 내고 승인을 받아 출석 인정을 받는 제도다. 교육부는 코로나19가 '심각', '경계' 단계인 동안 가정학습을 체험학습 인정 사유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학생이 가정학습 사전 계획서를 제출해 담임 교사와 학교장 승인을 받으면 등교를 하지 않고 집에서 학습 활동을 하며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학습 결과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교외 체험학습의 인정 기간은 지역·학교마다 다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1회에 최대 2주(수업일수 10일)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연간 한도는 초등의 경우 수업일수의 10%(180일인 경우 18일까지)이고 중·고교는 학칙으로 정한다. 인천시교육청은 연간 1주일, 학기당 7일 등 학교에 따라 다르고, 충남교육청은 초등학교의 경우 연간 27일, 중·고교는 15일까지 인정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교육부-전국시도교육청 간 신학기 개학준비 추진단 영상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교육부-전국시도교육청 간 신학기 개학준비 추진단 영상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상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인정 기간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는데, 교육부에서 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지는 않겠다”면서도 “학교별로 너무 과도한 차이가 나는 경우는 (교육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도교육청들도 가정학습의 인정 기간 등을 검토 중이다. 체험학습일을 연간 최대 22일까지 인정하는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내부 논의 중인데, 체험학습일 내에서 가정학습을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험학습인정일(최대 7일, 휴일 제외)이 짧은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17개 시도교육청 담당자들의 협의 후에 교육감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정환경 따라 '가정학습' 격차 생길 듯

이번 결정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해 자녀의 등교를 원치 않는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학부모 반응은 엇갈린다. 초등 2학년 딸을 둔 이모(38‧서울 은평구)씨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찝찝했는데, 가정학습도 가능하다고 하니 다행”이라며 “반드시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되니 우선 안심이 된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초2 학부모 최모(38‧서울 성동구)씨는 “학기 초에 친구도 사귀고 적응도 해야 하니 학교에 가는 게 낫다”며 “맞벌이 부부에게는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개학을 시작으로 순차적 등교를 앞둔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책상 간격을 벌리고 있다. 뉴스1

고등학교 개학을 시작으로 순차적 등교를 앞둔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책상 간격을 벌리고 있다. 뉴스1

교사들은 가정환경에 따른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가정 내 돌봄이 가능한 강남 지역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안 보내겠지만,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가정은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며 “결국 학생이 몰리는 학교는 거리두기가 어려워 감염 우려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자가진단', 에어컨은 창문 열고 가동

한편 학교 방역 지침도 등교를 앞두고 보완됐다. 모든 학생과 교사는 매일 아침 등교 전 모바일·인터넷을 통해 건강 상태 자가진단 결과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 자가진단 설문은 몸에 열이 있는지, 의심 증상이 있는지, 해외여행이나 자가격리한 가족이 있는지 등을 묻는다. 하나라도 해당 사항이 있을 경우엔 등교할 수 없고 출석으로 인정된다.

학교 안에선 점심시간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상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에어컨은 창문을 1/3 이상 열어둔 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공기청정기는 가동을 자제한다. 앞서 교육부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찜통 교실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거나 얼굴을 만질 우려가 더 커진다는 지적에 따라 지침을 수정했다.

※자료:교육부. 건강상태 자가진단 설문 문항

※자료:교육부. 건강상태 자가진단 설문 문항

중간·기말고사는 학교 판단에 따라 치른다. 시험 범위는 온라인 수업 기간에 학습한 내용도 포함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중간·기말고사를 합쳐 치르는 등의 방법은 학교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고등학교는 입시와 관련되기 때문에 기존처럼 두 번에 나눠 집필고사를 치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등으로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대체 시험을 치르거나 '인정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시험 점수의 80%를 인정하는 식이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가정으로 돌아가 자가격리해야 한다. 수업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다. 유치원도 EBS TV와 놀이꾸러미 등을 활용한 원격수업으로 대체한다.

교육부는 등교 후 학생 지도와 방역 업무를 위한 추가 인력을 학교에 배치한다. 방과후학교 강사나 퇴직 교원 등이 학생들의 거리 유지나 마스크 착용, 급식실 질서 유지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남윤서·전민희·채혜선 기자 대전=신진호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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