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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흡연부스 옆 직장인 우르르 '식후땡'···생활 거리두기 첫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첫날인 6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첫날인 6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활 속 거리두기’ 첫날인 6일, 서울 도심은 황금연휴를 뒤로하고 일상으로 복귀한 직장인들로 활기를 띠었다.

상당수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동안 이어오던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정상 근무로 전환하면서 이날 아침 출근길 대중교통에는 시민들이 크게 붐볐다.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앞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가능한 한 한 자리씩 띄어 앉고 최소 1m 이상 거리를 둘 것을 권고했지만 객차 내에서는 다른 승객들과 몸이 닿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 셔틀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는 이모(42)씨도 “지난달까지도 셔틀 버스가 절반 이상이 텅텅 비었는데 오늘은 코로나19 이전 평상시와 비슷했다”며 “지금은 확진자가 줄었더라도 앞으로 2주 정도는 ‘거리두기’를 하며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했다.

“날씨 더워 마스크 답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제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6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제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6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 낮 최고 기온은 섭씨 28도에 달해 초여름 더위였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건물에서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재킷 등 겉옷을 벗은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날씨 탓인지 KF94 마스크가 아닌 ‘덴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눈에 띄게 늘었다.
광화문 인근 직장인 지모(33)씨는 “그동안 동네 산책할 때나 사용하던 덴탈 마스크를 오늘은 출근하면서도 썼다”며 “평소 땀이 많아 오늘 같은 날씨에 방역용 마스크는 불편하다”고 했다.

점심식사를 하러 가던 민모(59)씨는 “날씨가 더워져서 마스크가 답답하지만 종식될 때까지 정부 정책에 동참해야 한다”면서 “오늘 아침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마스크 안 쓴 사람이 많더라. 조금 해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낮 12시쯤 음식점이 모여 있는 광화문의 한 건물에는 잠시나마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즐기는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배모(35)씨는 “이제 전체적으로 긴장이 느슨해졌다. 어제만 해도 놀이공원이나 한강에 사람이 많더라”며 “정부 정책이 완화됐다고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생활 방역도 유의하고 있다. 사무실이든 어딜 가든 무조건 마스크를 끼고 회의 때도 당연히 착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명동 거리와 명동성당 주변에는 점심식사 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산책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명동의 주 고객층은 외국인이라 아직 회복됐다고 볼 순 없지만 그래도 코로나가 극심하던 시기에 비해 유동인구거 늘어난 편”이라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료와 명동성당 산책을 나온 한 여성은 “매년 이맘때 황금연휴와 맞물려 휴가를 사용해 외국으로 여행 가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코로나19로 해외로 여행을 못가니 점심시간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흡연부스 폐쇄하자 야외 흡연 구역 북적

종각역 근처 야외흡연 구역에서 흡연하는 직장인들. 권혜림 기자

종각역 근처 야외흡연 구역에서 흡연하는 직장인들. 권혜림 기자

한편 좁은 공간에서 타인과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흡연 부스를 폐쇄하자 야외 흡연 가능 구역에 사람이 몰렸다. 흡연을 마치고 곧바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이동하거나 아예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근처 회사에서 근무 중이라는 이모(30)씨는 “원래는 흡연장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붙어있을 수밖에 없다 보니 한시적으로 폐쇄했다고 들었다”며 “한 달 전쯤 부스가 없어진 후 여기로 모인다”고 했다. 옆에서 흡연하던 김모씨는 “야외에서 피고, 바짝 붙어있는 건 아니니까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정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오늘은 새롭게 만들어 갈 일상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혹시 모를 위험으로 인한 긴장감이 교차하는 날”이라며 “생활 속 거리두기는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활 속 거리두기가 습관이 되고,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일상생활 속에서 지침을 지키는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생활 속 거리두기가 정착돼 튼튼한 방역이 뒷받침돼야만 등교수업도, 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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