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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키·성별 상관없이 둥글게 서면 모두 즐거운 체육시간 시작됩니다

중앙일보

입력

"텔레그램 안에서 일어난 끔찍한 성착취 범죄가 보도되고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가해 집단에 남성 청소년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이 밝혀졌고…동일한 공교육을 받고 자라났음에도 불구하고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가장 먼저 취재해 알린 ‘추적단 불꽃’과 고등학생 시절부터 텔레그램 성착취단톡방을 운영해온 자칭 ‘박사’ 조모씨의 차이…공교육은 이 점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초등성평등연구회(이하 초성연)가 지난 3월 22일 내놓은 성명입니다. 초성연은 교실 안에서부터 올바른 성 관련 인식 등을 어린 시절부터 길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가치관을 바탕으로 학생의 공감능력 향상을 위해 세심한 수업을 이어온 초성연의 체육 수업 이야기를 공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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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부터 시작하는 성평등한 체육 수업

소중 학생기자단이 솜쌤(앞줄 오른쪽)의 도움을 받아 체육 수업서 공놀이로 몸 푸는 체험을 했다. 솜쌤에 따르면, 본격적인 체육 수업 시작 전 학생들과 이 같은 몸풀기로 체육에 대한 두려움 등을 없애고 보다 평등하게 모두 참여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솜쌤(앞줄 오른쪽)의 도움을 받아 체육 수업서 공놀이로 몸 푸는 체험을 했다. 솜쌤에 따르면, 본격적인 체육 수업 시작 전 학생들과 이 같은 몸풀기로 체육에 대한 두려움 등을 없애고 보다 평등하게 모두 참여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초성연 소속 솜쌤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이른바 ‘성평등한 체육 수업’을 위한 요소를 공유했습니다. “쌤은 키 순서나 성별로 뭔가 시작하는 걸 안 하려고 노력해요. 키를 기준으로 줄 세우는 것 자체가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는 거고, 키가 작은 친구든 큰 친구든 상처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또 여학생, 남학생으로 줄을 세웠을 때 분명 편리한 건 있지만 그보다는 같이 재미있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해요.” 솜쌤은 선착순 달리기, 쌤 주변에 학생들을 반달 형태로 자유롭게 앉히기 등을 통해 체육 수업 소통을 시작합니다. 팀을 나눌 땐 노래를 부르다 둘·셋씩 모이게 하거나 무작위로 줄을 서게 한 후 나누기도 합니다. 가위바위보 등으로 팀을 구성하기도 하죠. 어색한 친구들끼리 한 팀이 되어도 문제없죠. 솜쌤은 학생들 사이에 풍선을 하나 띄웁니다. “여러 명이 한 팀이 되어 풍선을 띄우는 거예요. 풍선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힘을 모아 풍선을 튕겨야 하죠. 이런 워밍업 게임으로 고정된 자리도 바꾸죠.” 솜쌤은 부끄러워하는 학생기자단에게 용기 있는 자세를 주문했어요.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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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단과 풍선놀이를 한 솜쌤이 성평등 체육 수업 설명을 시작했죠. “여자인데 힘이 세?' '남자인데 축구를 왜 못해?' 등의 말이 있죠. 힘이 세면 '남자 아냐?' 식으로 말을 하잖아요. 잘못된 고정관념이죠. 좀 더 같이 즐거울 수 있는 체육 수업을 꾸리고자 해요. 수업 자체가 재미있어야 참여할 때 좋죠.” 솜쌤에 따르면, 재미있는 체육 수업을 위해서는 섬세한 내용이 필요하죠. “잘못된 성인식에 대해 보통 웃으면서 넘어가잖아요. 그런 학생에게 '쟤 남자 같아!' 등이 잘못된 표현이라는 걸 잘 얘기해야 해요. '쌤은 이렇게 힘이 센데 힘이 세다는 이유로 남자라는 건 이상하지 않아?' 등 남녀의 차이가 아니라 개인의 차이라는 걸 예를 들어 알리는 거죠. 쌤은 어릴 때 체육이 싫었어요. 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달리기도 느리고 공이 싫고 무서웠죠. 나이가 들면서 운동이 좋아졌죠.” 솜쌤은 스스로 학생들의 롤모델이 되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넷볼을 배우러 다녔어요. "넷볼은 농구와 비슷한 경기로 드리블 없이 주고받는 패스만으로 진행돼요. 농구는 기술을 익히는 게 필요한 운동이라서 기본 연습이 덜 필요한 넷볼을 추천하고 싶어요. 요즘 주위 선생님들도 많이 배웁니다. 여학생들에게는 넷볼을 통해 팀스포츠의 즐거움 알려주고 싶어요."

초성연은 피구를 폭력적인 게임이라 정의해요. 학생기자단 생각은 어떨까요. "공 세게 던지는 친구들이 얼굴을 맞출 때가 있어요. 맞으면 아파요."(윤하) "저도 좀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승부욕 강한 남자애들이 이기겠다고 공을 얼굴에 세게 던져 안경이 깨져 보건실 갔던 친구도 있죠." (소윤) "'쟤 죽여!' '헤드샷!' 등 표현을 쓰는 상황 자체가 폭력적이죠. 잘할 수 있는 사람만 하는 운동, 조마조마하게 피해 다녀야 하는 운동이라는 것도 아쉽죠."(솜) 체육 수업에 모든 학생이 더 평등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인데요. "제가 담당했던 학급은 개인 피구를 했죠. 편을 나누는 게 아니라요. 제가 다른 친구를 맞춰 아웃시키고요. 일대일 피구를 하는 겁니다. 그나마 아이들이 공을 많이 만질 수 있죠. 보통 피구는 공이 돌아가니 3~4명이 참여해요. 일대일 피구는 학생이 모두 공을 만질 수 있으니 평등하게 스포츠에 참여하죠."

체육 수업 기본 원칙 (도움말: 초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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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체 기능, 체육의 선호도에 있어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고 전제하지 않습니다. 체육을 잘하는 여학생도 있고 못하는 남학생도 있죠.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남학생도 있으며 활동적인 여학생도 있습니다. '체육을 못하는 여학생을 어떻게 체육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까?'가 아닌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는 체육 수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화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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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등수·등급을 매기거나 승패를 가리는 게 아니라 협력을 배우고 신체 활동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수업이 되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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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난이 아니라 격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서 배제되는 학생이 없어야 합니다.

# 외모·신체 강박 탈피하는 수업 진행

미래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불라국 만들기' 수업 모습 일부다. 학생들은 자유로운 상상으로 선녀의 모습을 근육질로 만들거나 신체긍정 수업을 들은 후 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는 등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내놨다.

미래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불라국 만들기' 수업 모습 일부다. 학생들은 자유로운 상상으로 선녀의 모습을 근육질로 만들거나 신체긍정 수업을 들은 후 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는 등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내놨다.

미래쌤은 성평등 수업을 연구·공유하고 싶어 초성연에 합류했죠. 미래쌤은 5학년에게 성평등 체육 수업, 넷볼 수업을 진행했죠. "성평등 체육 수업은 특정 활동을 한다기보다는 체육 수업 자체의 구조를 바꾸는 거예요. 아이들은 신선해 했죠. 생각해보지 못했던 걸 한 거니까요. 번호·성별 상관없이 둥글게 섰고요. 이유를 설명할 때 교사가 학생들에게 '누군가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리니 신기해하는 거죠." 미래쌤은 체육뿐 아니라 평소 수업에서도 신체 긍정 가치관을 가르쳤죠. "1학기에서 2학기로 흘러가면서 신체 강박을 가지거나 서로 구분 짓는 일이 줄었죠."

[미래쌤]

[미래쌤]

이른바 '외모 강박 탈피' 수업도 진행했어요. "화장·다이어트 등 외모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는 거예요." 미래쌤은 수업에 도움됐던 도서로 '선녀는 참지 않았다'를 꼽았죠. "전래동화를 새로 쓴 소설이죠. 콩쥐·팥쥐가 힘을 모으거나요. 바리데기가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되죠. 바리데기가 만든 불라국은 어떤 여성이든 교육을 받고 왕이 될 수 있는 나라죠. 이야기를 기반으로 모둠활동을 하고 캐릭터 피규어도 만들었죠. "아이들에게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걸 생각해보자'고 제안했죠. 선녀를 만드는데 근육질의 '세계 최강 선녀'가 나왔고요. 무거운 걸 들고 있는 여자 반쪽이 캐릭터도 탄생했고요. 미술 활동으로 진행하니 아이들의 호응이 좋았죠."

미래쌤은 교사의 역할도 주문했죠. 아이들에게 실수를 편하게 드러내거나 나아진 점을 강조하는 이른바 '잘난 척하기'예요. "제가 못하는 걸 그대로 드러냈죠. 성장하는 느낌으로 시범을 보인 거예요. 아이들이 웃어도 '쌤도 안 해봐서 그래. 쌤보다 잘하는 능력의 아이를 불러볼까' 등으로 성별의 이유가 아니라 능력을 집중해 선뵀죠." 잘난 척을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쌤 이렇게 못했는데 매일 30분씩 했더니 이렇게나 잘해' 식으로 '연습해서 잘하는 거다' 인식을 심는 거죠. 익숙도의 차이일 뿐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미래쌤은 일부 교사들이 수업서 시연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해요. "보통 체육 수업에서 그러는데, 드러내도 괜찮아요. 실수를 공유하고 학생들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긍정적인 자극이 되거든요."

미래쌤이 제공한 학생들의 넷볼 수업 피드백이다. 넷볼을 체험한 학생들은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꼽거나 즐거웠다는 평을 남겼다.

미래쌤이 제공한 학생들의 넷볼 수업 피드백이다. 넷볼을 체험한 학생들은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꼽거나 즐거웠다는 평을 남겼다.

미래쌤이 피구를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요. "공에 맞으면 아프죠. 피해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공에 대한 두려움을 키울 수 있어요. 공을 던질 때도 익숙하지 않으면 쉽게 한 손으로 멀리까지 던지긴 어렵죠." 미래쌤은 모두 즐길 팀스포츠로 넷볼을 추천합니다. "2019년 말 모든 교과 과정이 끝난 후 넷볼로 가기 전의 기능 연습을 4~5차시 진행했어요. '선생님이 해본 수업 중 제일 재밌다'며 참여를 독려했죠." 4학년 학급을 맡은 미래쌤은 올해 넷볼 수업을 보다 길게 진행할 생각이에요. "교과과정에 있는 농구 관련해 진행할 거예요. 체육 수업 기본 구조를 바꾼다는 가치를 유지하면서 말이죠. 회상해보니 넷볼 수업은 '모든 아이들이 경험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추천할 만하거든요. 평소 체육 수업 때 아이들이 앞머리를 계속 만지더라고요. 넷볼은 모두 참여해야 할 만큼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가니 활동량이 많아 땀이 뻘뻘 나도 아무도 신경 안 썼죠. 팔뚝으로 멋지게 닦고요. 자기 신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아예 달라지는 거예요."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넷볼 규칙' (도움말: 미래쌤)

미래쌤은 대한넷볼협회 조다혜 사무국장이 진행했던 '모두의 넷볼' 수업을 들었어요. 미래쌤에 따르면, 수업에서 진행하는 넷볼은 초등학생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기능 운동이 핵심이죠. 쌤이 수업서 활용하는 규칙 몇 가지를 소중 독자에게 공유합니다.

-이동 안 하는 연습
넷볼에서 공을 잡고 발을 두 번 이상 움직이면 파울이죠. 어린이들이 보통 공을 잡고 달리거나 공을 잡고 이동하는 것에 숙달돼 있죠. 이 때문에 이동 안 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대개 공으로 누군가를 잡는 활동은 어린이들이 떠올리기에 피구죠. 피구는 공을 던져 친구를 맞추죠. 넷볼은 공을 던질 수 없고 공을 잡은 채 친구를 태그하면 친구를 잡는 거예요. 태그는 공을 잡은 채로 공이 상대방 몸에 닿는 걸 말하는 거죠. 손이 닿는 터치와는 다릅니다.

-패스 연습
공격·수비로 나눴을 때 한 팀이 자기들끼리 공 핑퐁을 10번 하면 득점이죠. 핑퐁은 나로부터 다른 친구에게 한 번만 공이 이동해도 인정해요. 오가는 걸 한 번으로 치면 난이도가 올라가니까요. 공이 한 번 이동할 때 '하나, 둘, 셋' 등 시작해 '열 번'까지 가면 1점 얻는 거예요. 중간에 공을 가로채면 다른 팀의 공이 되죠. 놀이의 핵심은 패스를 하는 것인 셈이죠. 공을 가지지 않은 수비팀은 중간에 공을 방해해 막는 연습까지 하죠. 어린이들이 보통 이동하는 것, 패스 연습이 안 돼 있어 중점 연습을 해요.

-팀 나누기
가위바위보 등을 통해 두 팀(각 7명이 원칙)으로 나누고 조끼를 입습니다. 공수도 정해요. 공격팀은 상대팀을 잡을 수 있습니다. 단, 던져 맞추는 건 금지예요. 다수가 한 명을 몰아가는게 효과적입니다. 힘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공격하는 걸 선호하니 공격팀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을 때가 있죠.
① 공격팀 규칙
공을 잡으면 움직일 수 없죠. 3초 안으로 패스해야 해요. 공을 잡기 전에는 이동이 가능하니 공을 잡고 다른 친구에게 보내려면 움직이겠죠. 발이 꼬이는 등 부득이하게 바닥에 발바닥 외 다른 신체가 뭔가 잘린듯 왼발·오른발이 한 번 이동하는 것에서 정지한 것 이외의 이동, 한 발 축으로 해서 다른 발로 이동하는 것 외에는 안 돼요. 예를 들어 슬라이딩 등은 안 돼요. 바깥에서 시작할 경우 아웃라인으로부터 15㎝ 정도 떨어져야 합니다.
② 수비팀 규칙
공격수의 진로를 방해할 수 없죠. 상대 팀의 공을 패스를 방해하며 뺏을 수는 있습니다. 다른 선수와는 90㎝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죠.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윤하(경기도 매봉초 6)·김가은(경기도 용인신봉초 4)·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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