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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탈북 정치인 입 닫고 살라는 거나...반민주적 발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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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인(가운데).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인(가운데). 연합뉴스

태영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자신을 비판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탈북 정치인은 입을 닫고 살아야 하냐. 이것이 바로 김정은이 원하는 것”이라며 설전을 이어갔다.

태 당선인은 2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고위 탈북자들은 무조건 조용히 입을 닫고 살아야 한다. 지금 북한 핵심 계층은 앞으로도 김씨 정권에 저항하지 말고 영원히 굴종하며 살라는 것이냐”며 이처럼 말했다.

국정원 출신의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태 당선인을 공개 비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태 당선인이 “북한의 반응이 이례적이다”, “김정은 열차 노출은 기만전술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발언을 연이어 내놓은 것을 문제삼으면서다. 김 위원은 ‘정부기관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를 태 당선인이 가지고 있다면 스파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태 당선인을 향해 “몇 년 전까지 우리의 적을 위해 헌신했던 사실을 잊지 마시고 더욱 겸손하고 언행에 신중하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연합뉴스

"北 정권보다 더한 인신공격…자유민주주의 맞나"

태 당선인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 주장은 심지어 협박으로 들린다.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수많은 탈북민들에 대한 공격이고 저를 선택해 국회에 보내주신 강남 주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또 태 당선인은 “김정은 정권보다 더한 인신공격을 그것도 동료 정치인으로부터 받게 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며 “과연 이것이 제가 아는 자유민주주의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탈북 정치인의 입을 틀어막아 북한 문제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차단하려 한다면 이는 명백히 반민주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며 “스스로 국회와 국회의원의 위상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탈북 정치인으로서 북한과 관련된 발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태 당선인은 “국민은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들을 권리가 있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북한 체제의 본질을 알리고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해 정부가 올바른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썼다.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 당선인은 2016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서울 강남갑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의 김 의원은 서울 동작갑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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