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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간헐적 단식하면 운동 안해도 살빠질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47)

건강에 있어 점점 영양학이 중요한 분야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사망의 원인 중 감염성질환의 비중이 높았지만 갈수록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 비감염성질환(NCD; Non cmmunicable Disease)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망원인의 2/3 이상은 이들 비감염성질환과 관련되어있다. 고혈압이 염분 섭취, 대장암은 육류 섭취와 비만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영양섭취부족’이란 에너지 섭취량이 필요추정량의 75% 미만이면서 칼슘과 철, 비타민A, 리보플라빈의 섭취량이 평균필요량 미만인 경우를 의미한다. 1인 가구와 인구구조의 고령화 추세에 따라 영양섭취 부족에 해당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한편으론 과잉영양 섭취, 과체중, 비만으로 비감염성질환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인구 비율도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영양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체중 감량을 원하지만 지속적인 단식을 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서 간헐적인 단식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간헐적인 단식이 수명 연장, 질병예방 및 예후에도 좋은 효과를 본다는 여러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간헐적 단식을 습관화하면 혈압이 낮아지고 체중이 줄어 수명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과 암,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간헐적 단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영양섭취부족이란 에너지 섭취량이 필요추정량의 75% 미만이면서, 칼슘과 철, 비타민 A, 리보플라빈의 섭취량이 평균필요량 미만인 경우를 의미한다. 1인가구와 인구구조의 고령화 추세에 따라 영양섭취 부족에 해당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사진 Pixabay]

영양섭취부족이란 에너지 섭취량이 필요추정량의 75% 미만이면서, 칼슘과 철, 비타민 A, 리보플라빈의 섭취량이 평균필요량 미만인 경우를 의미한다. 1인가구와 인구구조의 고령화 추세에 따라 영양섭취 부족에 해당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사진 Pixabay]

미국의 한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심장 카테터 검사를 받은 환자 2001명을 대상으로 간헐적 단식 등 라이프 스타일을 조사한 뒤 평균 4.5년 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일상적으로 단식하는 사람의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인구 통계 및 사회경제적 요인, 심장병 위험, 다른 질병 진단, 약물 복용과 치료, 흡연과 음주 등을 반영해도 단식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살고, 심부전 진단도 적게 받는 것으로 예측됐다.

일정 기간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고강도 단식보단 간헐적인 단식이 오히려 도움된다. 꼭 하루를 굶지 않아도 10~12시간 음식 섭취를 제한으로 시간을 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이때 운동을 병행해야 혈당이 좋아지고 인슐린 저항과 중성지방이 감소하는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근육이 혈당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인슐린과 혈당조절에 도움이 되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올리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낮춰 대사적인 이점이 크다. 간헐적인 단식은 인지기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평균적으로 12시간 이상 단식을 하게 되면 간에서 글리코겐으로 저장된 포도당이 고갈되고, 신체는 지방간을 케톤으로 만들어 에너지로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케톤을 사용하게 되면, 뇌의 대사도 변화를 겪게 된다. 케톤의 사용으로 신경세포의 성장과 분할을 돕는 뇌유래신경성장인자(BONF)의 분비가 증가한다. BONF는 기억력에 필요한 해마의 신경생성을 촉진한다. 신경세포의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도 향상하게 된다. 에너지가 과잉될 때는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이 증가하고,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손상은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심지어는 신경퇴행성질환인 파킨슨 질환, 치매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단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린아이, 노약자, 임부와 수유부 등은 단식을 금해야 한다. 젊은 환자들은 살을 빨리 빼기를 원한다. 비만약 처방이나 시술에 관심을 가진다. 그렇게 빨리 살을 빼면 철분 부족이 오거나 골다공증이 올 수 있다. 성형 및 체중 감소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이들에겐 무리한 다이어트는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요요현상을 유발해서 결국 체중 감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식사량을 조정하고 칼로리를 제한하는 방법이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복 유지로 배고픔을 느낄 때 짜증이 나고 집중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청소년의 경우 아침밥을 거르면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 증가해 영양가가 없는 간식으로 배를 채우게 된다. 이는 우리 몸에서 쉽게 지방으로 축적되고 쉽게 살이 찌는 체질로 변화하게 된다. 다이어트를 할 때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근육량도 감소하고 지속된다면 기초대사량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침 결식은 청소년에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육이 혈당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인슐린과 혈당조절에 도움이 되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올리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낮춰 대사적인 이점이 크다. [사진 Pixabay]

근육이 혈당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인슐린과 혈당조절에 도움이 되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올리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낮춰 대사적인 이점이 크다. [사진 Pixabay]

직업적인 특성상 오랫동안 앉아있는 시간이 많고 신체활동이 적고 평소의 음식 섭취량이 운동량에 비해 많아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건강에 위험이 된다면, 간헐적인 단식을 권하고 싶다.

자신에게 맞는 영양 섭취, 운동에 대한 세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무조건 살을 빼는 목적으로 단식하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 주치의를 두고 자신만의 건강관리계획을 세우길 권한다.

식생활의 변화는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건강계획을 세워 꾸준히 진행했을 때 효과가 있다. 고칼로리 음식, 액상 과당 등 신체에 유해할 수 있는 식품을 가능한 한 가려서 음식을 섭취하고, 주 3~5회 40~50분 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지난주 지구의 날 행사 시 지구를 위한 개인의 실천에서 채식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채식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고칼로리 음식 섭취를 하지 않는 좋은 식습관이기도 하다. 각 개인이 상황과 여건이 달라 모든 사람이 다 채식을 할 순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각 개인의 식습관을 존중받을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영양의 과소 섭취, 과다섭취가 건강에 큰 위협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한 나라뿐만이 아니고 세계적으로 빈국과 부유한 나라들에 심각한 건강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 산업활동을 통해 야기된 환경파괴가 지구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내게 필요한 양 이상으로 음식물을 섭취하고 차지하려고 하기에 벌어진 현상이다. 자연계에서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사자나 호랑이도 자신의 배고픔을 채우는 것 외에 사냥을 더하진 않는다. 인간은 이런 자연의 이치조차 따르지 않는다.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고, 이웃과 지구의 생태계를 위해 식습관을 바꾸어 보자. 일주일에 하루 채식, 혹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간헐적인 단식을 하자.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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