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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단맛에 끌려 과잉 섭취…당 중독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45)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은 사탕을 물리는 것이다.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 가지는 본능인 것 같다. 공복시 혹은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단맛을 보면 이내 살 것 같은 행복감을 느낀다. 우리가 에너지를 얻는 기본 에너지원이니 그럴 만도 하다.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좋은 것이다.

설탕은 많은 식물에서 발견되는 천연 탄수화물이다. 사카로오스(saccharose)라는 말도 일반적으로 당을 일컫는데, 특히 설탕에 붙여지는 이름이다. 넓은 의미로 설탕은 슈크로스 이외에 포도당·과당·맥아당·유당·갈락토스 등과 같은 당류를 포함한다. 설탕은 주로 사탕수수 줄기나 사탕무에서 정제된다. 설탕 정제 과정 중 표백과 결정화 공정을 거치면서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없는 무색, 무취의 단맛을 내는 결정 가루가 생산된다. 문제는 정제당이다. 매우 칼로리는 높지만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는 제거된 채 섭취돼 대사과정 시 우리 몸에 산화스트레스의 위험을 높인다.

정제된 당을 먹게 된 것도 역사적으로 오래되지는 않는다. 당 소비가 많은 유럽에서도 설탕은 매우 희귀했다. 단맛은 귀족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맛이었다. 설탕은 호화스러운 식품이어서 18세기까지 전 세계에서 부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 설탕은 부유함의 상징이었으며, 설탕은 교역의 중요 물품이었다.

설탕은 정제 과정을 거치면서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없는 무색, 무취의 단맛을 내는 결정 가루가 생산된다. 칼로리는 높지만,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는 제거된 채 섭취되어, 대사과정시 우리 몸에 산화스트레스의 위험을 높인다.[ 사진 Pixabay]

설탕은 정제 과정을 거치면서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없는 무색, 무취의 단맛을 내는 결정 가루가 생산된다. 칼로리는 높지만,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는 제거된 채 섭취되어, 대사과정시 우리 몸에 산화스트레스의 위험을 높인다.[ 사진 Pixabay]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량의 설탕을 얻고자 유럽 제국은 식민지에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사탕수수 재배를 늘리기 위해 식민지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것이 지난 서구의 역사였다. 설탕은 지난 근대적 소비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서구인은 정제당을 근대 문명의 상징물로 여기며 설탕 소비량으로 그 나라의 문명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로 삼았다. 근대화 시기 지식인은 이러한 사고를 수용해 설탕이 국민을 건강하게 하는 영양식품으로 소비를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들은 아기에게 주는 우유에 설탕을 타거나 아동에게 주는 간식으로 설탕 넣은 과자를 먹일 것을 장려했다. 18세기에 유럽에서 설탕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19세기에는 인류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차, 케이크, 과자류 및 초콜릿에 설탕을 사용함으로써 설탕 사용량이 급증했다.

우리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일제 강점기 당시 설탕 소비는 조선 내 일본인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으며, 조선인은 설탕 소비에서도 차별을 받아야 했다. 설탕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전에는 음식에 단맛을 내기 위하여 꿀과 조청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설탕이 보급되면서 단맛을 낼 때는 설탕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서양음식이 전래되면서 사탕·과자·케이크·청량음료 등의 설탕이 많이 함유된 식품의 종류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섭취가 늘어남에 따라서 설탕의 소비가 증가했다. 이런 간식류뿐 아니라 많은 가정에서 부식을 준비할 때에 대부분 설탕을 첨가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어린이가 먹는 시럽제와 같은 의약품에도 설탕이 들어간다.

설탕의 과다섭취로 충치, 체중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체중증가에 따른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으로 인하여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 설탕이나 설탕이 많이 함유된 고열량식품의 섭취를 줄여야 하는 이유이다. 당을 과잉섭취하면 비만·당뇨병·고혈압 등과 같은 만성질환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뇌졸중·협심증과 같은 뇌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당 중독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소년 비만의 경우 세포의 크기가 아닌 세포의 수가 증가 하는 것으로 더욱 주의를 요한다. 현재 정부가 청소년의 영양교육도 강화하여 당 저감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영양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진 Pixabay]

청소년 비만의 경우 세포의 크기가 아닌 세포의 수가 증가 하는 것으로 더욱 주의를 요한다. 현재 정부가 청소년의 영양교육도 강화하여 당 저감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영양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진 Pixabay]

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탄산음료 및 단맛음료의 섭취 실태를 살펴보면 여학생보단 남학생에서 섭취빈도가 높았다. 또 부모의 학력이 높고 학업성적과 경제상태가 좋을 때 섭취빈도가 낮고, 거주형태가 보육원일 때 높게 나타났다.

아침 식사와 과일 섭취 빈도가 높을 때 설탕 소비가 감소하고, 패스트푸드 섭취가 많고 영양교육 경험이 없을 때 설탕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탄산음료와 단맛음료 섭취 빈도가 사회경제적인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음료를 통한 첨가당의 과다 섭취는 비만을 유발해 만성질환의 유병률을 높인다.

저소득층 청소년에게서 탄산음료와 단맛음료 섭취 빈도가 높은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특히 청소년 비만은 세포의 크기가 아닌 세포의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더욱 주의를 필요로 한다. 현재 정부가 청소년의 당 저감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영양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어릴 때 입맛이 정제당에 길들여 지지않게 해야 한다. 건강은 건강한 식품을 가려서 먹는 훈련을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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