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야당대표 "아직도 귀국자·접촉자 타령" 아베 대응 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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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감염 루트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엄청나게 많은 상황인데, 보건소의 코로나 상담 창구의 명칭은 아직도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다. 이름 바꾸는 건 간단할 텐데, 왜 2개월 전부터 이런 주장을 해왔는데도 전혀 반영이 안 되는 것이냐."

야당 대표 "당장 이름부터 바꾸라" 주장 #우한 관광객 통해 번진 감염 초기 명칭 #"시중 감염 한창인데 아직도 그대로냐" #코로나19에 대한 日 안이한 대응 상징 #아베 "도중에 바꾸면 혼란만 가중된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가 28일 중의원 예산위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이렇게 몰아세웠다.

지난 7일 아베 총리가 총리관저에서 열린 감염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일 아베 총리가 총리관저에서 열린 감염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에다노 대표의 지적대로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라는 보건소 창구의 이름은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타날 경우 일본 국민은 먼저 각 보건소의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한다. 검사의 필요성이 확인되면 이후 ‘귀국자 접촉자 외래’에서 검사를 받는 흐름이다.

‘귀국자·접촉자’라는 명칭은 중국 우한에서 온 관광객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일본으로 처음 번지기 시작할 때 일본 정부가 붙인 것이다.

하지만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은 중국으로부터의 귀국자 또는 이들과 접촉한 사람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도쿄에서 연일 100명이 넘는 확진자들이 새로 확인되지만, 감염 루트를 확인할 수 없는 이들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일본에서 첫 감염자가 확인된 지 3개월이 넘은 상황에서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건 일본 정부가 얼마나 안이하게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는 게 에다노 대표의 주장이었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에다노 대표는 “검사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더라도 ‘난 귀국하지도 않았고, 그들과 접촉한 기억이 없다’고 생각하면 결국 검사가 늦어지고, 중증화를 막을 수 없게 된다. 이름이 본질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으냐”며 명칭 변경을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도중에 명칭을 바꾸면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귀국자나 접촉자들에만) 한정하지 않고,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빨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28일 중의원 예산위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독일의 15분의 1에 불과한 일본의 코로나 검사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환자는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2개월 전과 똑같은 답변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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