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감염 루트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엄청나게 많은 상황인데, 보건소의 코로나 상담 창구의 명칭은 아직도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다. 이름 바꾸는 건 간단할 텐데, 왜 2개월 전부터 이런 주장을 해왔는데도 전혀 반영이 안 되는 것이냐."
야당 대표 "당장 이름부터 바꾸라" 주장 #우한 관광객 통해 번진 감염 초기 명칭 #"시중 감염 한창인데 아직도 그대로냐" #코로나19에 대한 日 안이한 대응 상징 #아베 "도중에 바꾸면 혼란만 가중된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가 28일 중의원 예산위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이렇게 몰아세웠다.
에다노 대표의 지적대로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라는 보건소 창구의 이름은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타날 경우 일본 국민은 먼저 각 보건소의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한다. 검사의 필요성이 확인되면 이후 ‘귀국자 접촉자 외래’에서 검사를 받는 흐름이다.
‘귀국자·접촉자’라는 명칭은 중국 우한에서 온 관광객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일본으로 처음 번지기 시작할 때 일본 정부가 붙인 것이다.
하지만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은 중국으로부터의 귀국자 또는 이들과 접촉한 사람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도쿄에서 연일 100명이 넘는 확진자들이 새로 확인되지만, 감염 루트를 확인할 수 없는 이들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일본에서 첫 감염자가 확인된 지 3개월이 넘은 상황에서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건 일본 정부가 얼마나 안이하게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는 게 에다노 대표의 주장이었다.
에다노 대표는 “검사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더라도 ‘난 귀국하지도 않았고, 그들과 접촉한 기억이 없다’고 생각하면 결국 검사가 늦어지고, 중증화를 막을 수 없게 된다. 이름이 본질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으냐”며 명칭 변경을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도중에 명칭을 바꾸면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귀국자나 접촉자들에만) 한정하지 않고,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빨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28일 중의원 예산위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독일의 15분의 1에 불과한 일본의 코로나 검사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환자는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2개월 전과 똑같은 답변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