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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힘이다!] 업무 방식 전환, 신사업 육성 … 코로나 위기를 ‘체질개선’ 기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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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등 기존에 없던 호흡기 감염병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동일한 과정을 통해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진 SK]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등 기존에 없던 호흡기 감염병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동일한 과정을 통해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진 SK]

지난 2월 말부터 본격화한 ‘코로나 시국’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예상치 못한 실적 악화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세계 어느 나라 기업 못지않게 사회적 의무를 다하며 코로나 사태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국내 감염증 확산이 조금씩 진정세를 보이면서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코로나 이후)’에 찾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투자에 힘을 쏟는 움직임이 부쩍 눈에 띈다.

‘포스트 코로나’준비하는 기업들 # 유망 사업 발굴, 새로운 시장 개척 #‘스마트 워크’로 안전·업무효율성↑ # 마스크·생필품 전달, 협력사 지원 # 실질적 도움되는 상생 활동도 펼쳐

SK그룹은 코로나 사태를 새로운 안전망 구축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계기로 삼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외된 조직이나 개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이 단단하고 체계적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기존 관행과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4월부터 지주사를 시작으로 ‘스마트 워크’ 체제로 전환해 안전과 업무효율의 두 가지 토끼를 잡는 시도에 나섰다. 임직원이 조직과 업무별로 각자 근무시간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LG그룹도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맞게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재택근무, 유연 출퇴근제 등을 확대하며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주요 사업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일례로 LG화학은 올해 말까지 배터리 생산 능력을 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준 17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도 1조원 이상 연구개발비를 집행해 기술 격차를 벌릴 기회로 삼을 방침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유통 산업의 변화로 위기를 겪어 온 롯데그룹은 아예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롯데쇼핑의 경우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온라인 역량을 키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화학 부문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해 위기 이후 글로벌 석유화학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산은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수소 연료전지 드론, 협동 로봇,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등 향후 유망한 사업을 키우는 데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효성도 신사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수소충전소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집중하고, 효성첨단소재가 전주 탄소섬유 생산 공장을 증설한 게 대표적이다.

위기 대응 경영과 함께 ‘코로나 상생’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마스크 등 필수 의료자원부터 자금지원, 구매 활동까지 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마스크 제조에 필요한 필터용 부직포를 긴급 공수하는 등 국내 마스크 생산 확대에 일조했다. 나아가 마스크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E&W·에버그린·레스텍 등 중소 마스크 업체에 제조 전문가 37명을 파견해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 정점에 달해 병상이 부족한 시점에서 경증환자를 위해 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 것도 다른 기업들의 ‘연수원 제공’ 릴레이를 불러 일으켰다. 삼성은 치료센터에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등 의료진도 파견했다. 이 밖에 화훼 농가 돕기의 목적으로 전국 각 사업장에 꽃을 사 들여놓고 협력사 경영 안정을 위해 2조6000억원의 자금도 지원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4~6월까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시 기사들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계열 금융사 할부를 이용하는 개인 택시와 법인 택시 운전자의 할부금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또 서비스 협력사를 위해 총 22억원 규모의 가맹금을 지원한다. 스타렉스 등 현대차를 통학 차량으로 사용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무상으로 차량 서비스를 하고 있다. 차량 전반을 점검해 주는 서비스와 미세먼지 차단 에어컨 필터, 냉각수와 오일류 등 일반 소모품을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해왔는데, 현대차는 이 서비스들을 코로나19 환자 이송에 사용되는 전국 소방청 구급차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와 롯데재단이 지난 23일 코로나 사태에 취약한 전국 독거노인 1500명에게 마스크와 생필품, 식품류를 담은 ‘롯데 플레저박스’를 전달했다. 롯데마트도 1500만t, 70억원에 이르는 우리 농·수·축산물 농가돕기 행사를 진행하며 소비 침체와 수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를 돕고 있다.

한화그룹은 대구·경북지역에 마스크를 지원하고 경기도 용인의 한화생명 연수원을 치료센터로 제공했다. 한화생명은 계약자와 융자대출고객에게 보험료 납입과 대출 원리금 상환을 6개월간 유예했고, 한화갤러리아도 식음료 업체의 매장 수수료를 인하하고 매장 관리비를 전액 부담했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이 “대구·경북지역 재난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지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요 계열사인 GS칼텍스는 대구·경북 지역 카센터에 윤활유 제품 1만 박스 총 6억원 어치를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간호인들을 위해 대한간호협회에 엔진오일 무료교환 쿠폰 1000개를 전달해 정비 혜택을 누리도록 했다.

유통 기업인 현대백화점그룹은 소비위축으로 경영 어려움을 겪는 중소협력사를 돕기 위해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백화점에 중소기업제품 전용 매장 ‘아임쇼핑’을 열고 중소 협력사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역시 코로나19 피해가 큰 경북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보조개 사과, 초대형 반값 민물장어, 해남 왕고구마 등을 대량 매입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를 벌였다. 강지용 이마트 CSR(기업사회공헌) 팀장은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공유가치 창출 시대를 맞았다”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윈윈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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