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기된 러시아 대독승전기념일…아베 "9월 3일이라면 불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월 3일에 개최한다면 참석하지 않겠다.”  

러시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75주년 대독승전기념일(5월 9일)을 연기하기로 한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런 의향을 러시아 측에 전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9월 3일은 옛 소련 시절에 기념하던 대일승전기념일이란 이유에서다.

소련 시절 '대일승전기념일'이란 이유 #'대일관계 악화' 이유로 기념 않다가 #지난 24일 기념일 복원에 푸틴 서명 #'북방영토 협상서 정당성 확보 차원'

지난해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74주년 대독승전기념일 군사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기념식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74주년 대독승전기념일 군사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기념식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당초 러시아 정부는 다음 달 9일 개최하려던 기념식에 일본을 포함한 각국 정상을 초청했다. 아베 총리도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방영토(북방 4개 섬) 반환을 둘러싼 일러평화조약 교섭을 진전시킬 계획이었다.

그런데 연기 일자와 관련 러시아 내에서 1945년 모스크바에서 대독 승전 퍼레이드를 펼친 6월 24일과 함께 9월 3일 개최안이 부상했다. 지난 24일 푸틴 대통령이 기존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을 9월 2일에서 9월 3일로 변경하는 법안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9월 개최가 더 유력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 붕괴 이후 대일관계 악화를 우려해 따로 대일승전기념일을 기념하지 않아 왔다. 2010년엔 9월 2일을 경축일이 아닌 종전기념일로 정하기까지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5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행사장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5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행사장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랬던 러시아가 돌연 일자를 조정하는 등 태도를 바꾼 것과 관련해선 일본과의 북방영토 반환 협상에서 정당성 확보 차원이란 지적이 나온다. 아사히는 “(러시아는) 북방영토가 2차대전의 결과로 정당하게 러시아령이 됐다고 일본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승전국 입장을 과시할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아베 정권의 한 간부는 아사히에 “기념식이 9월 3일이라면 총리는 초대 받아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외교 루트를 통해 러시아 측에 이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성은 9월 3일로 기념식이 연기될 경우 양국 협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