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버워치·롤 히트시킨 폴리도라 '기생충' 만든 바른손 왜 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텝파이브 본사에서 만난 존 폴리도라 아트디렉터는 "이전까지 없었던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텝파이브 본사에서 만난 존 폴리도라 아트디렉터는 "이전까지 없었던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WoW)와 오버워치(Overwatch), 리그 오브 레전드(롤·LoL)….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태동한 e스포츠를 전 세계가 즐기는 스포츠로 견인한 글로벌 게임들이다. 이들 게임 3종의 월간 순 이용자(MAU)는 1억 명이 넘으며 주요 경기 시청자는 수억 명을 훌쩍 넘긴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캐릭터 디자이너 존 폴리도라(42)는 이들 글로벌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무기를 창조하고 스토리를 불어 넣은 인물이다. 와우에 나오는 무기 종류만 100개 이상 그가 만들었다. 스타크래프트와 와우 제작사인 블리자드(2006~2017년), LoL 제작사 라이엇게임즈(2017~2019)에서 경력 대부분을 쌓은 그는 지난해 9월 아무 연고도 없는 한국에 훌쩍 들어왔다. 영화 '기생충'을 제작한 바른손이앤에이의 게임 자회사(스텝파이브)에 아트디렉터로 합류하면서다.

초대형 히트작을 줄줄이 쏟아내는 글로벌 게임사를 거친 그는 어쩌다 신생 한국 게임회사에 합류했을까.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스텝파이브 본사에서 존 폴리도라 디렉터를 만났다. 그는 일본 인기만화 ‘원피스’의 해적 깃발이 그려진 티셔츠에 블리자드 로고가 새겨진 잠바를 걸쳐 입고 나타났다.

왜 한국에 오기로 했나.
“원래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 살았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스텝파이브가 제작 중인 실시간전략게임(RTS) 초기 버전을 해봤는데, 이 게임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팀에 합류한다면 재미있고 독창적인 게임을 주도적으로 만들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존 폴리도라가 작업한 게임 오버워치의 유명캐릭터 마녀 메르시. [사진 스탭파이브]

존 폴리도라가 작업한 게임 오버워치의 유명캐릭터 마녀 메르시. [사진 스탭파이브]

서울에서 코로나19 확산을 경험했는데.
“한국의 앞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모두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고, 일과 작업이 지속 가능했다. 한국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평범한 하루하루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게임에서 아트 디렉터의 역할이 뭔가.
“모든 시각 이미지(아트)를 게임의 목적에 맞게 구성하고 감독하는 사람이다. 주요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고 움직임에 따른 효과(이펙트)를 넣는 전 과정에 미적인 요소를 책임진다. 스텝파이브가 개발중인 게임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게임 속 캐릭터를 잘 창조하는 방법이 있다면.
“일단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시시콜콜하게 모두 적는다. 어떤 성격이고, 과거는 어땠는지, 어떤 패션을 선호하는지 등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적는다.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정리가 되면 그리기 시작한다.”
이전에 참여한 게임들은 아시아·북미·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흥행했다. 보편적으로 통하는 콘텐츠는 어떻게 가능한가. 
"전 세계 사람이 함께 즐기는 게임을 만들 땐 피해야할 금기(터부)가 있다. 예컨대 오버워치에선 여성 캐릭터가 너무 선정적이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 썼다. 재미있고 섹시한 인물이지만, (특정 문화권에서)거부감이 들 정도로 선정적이어선 곤란하다. 종교적인 인물을 암시하는 것도 피했다. 누군가에게 거부감을 살 수 있어서다.”
존 폴리도라 스탭파이브 아트디렉터가 작업한 일러스트레이트. [사진 스텝파이브]

존 폴리도라 스탭파이브 아트디렉터가 작업한 일러스트레이트. [사진 스텝파이브]

한국 게임은 어떤가. 많이 해봤나.
“많이 해본 경험은 없지만,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은 친구들과 즐겁게 한 경험이 있다. 매우 아름답고 재밌었던 게임이다." 
한국에서 게임을 만들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한국 게임들이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그런데 얼핏 보면 아름답고 대단한 아트가 많기는 한데, 좀더 자세히 미적인 면에서 들여다 보면 다양성이 부족한 게 아쉽다. 어디서 본 듯한 비슷비슷한 느낌이 있다.”
게임 외에 다른 한국 대중문화는 어떤가. 스텝파이브 모회사가 제작한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했는데.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기생충'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공고하게 존재하는 사회계급의 문제를 대담하게 다룬 게 놀라웠다.  부자와 빈자 양쪽에 감정이입이 될 만한 요소가 고루 녹아있었고, 마지막에는 '이 영화의 장르가 공포영화였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인 결말까지, 놀라웠다." 
한국에서 계속 일할 건가.
"현재 진행중인 게임 프로젝트가 끝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한국에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삶이 좋다. 다만 아쉬운 건 코로나19와 바쁜 제작 일정 때문에 기대만큼 한국 음식을 아직 다양하게 먹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돼지 숯불구이와 당면이 들어간 뚝배기불고기를 특히 좋아한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