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 심사에 돌입했다. 관건은 올해 잡힌 512조원의 초수퍼 예산 가운데 어디서 어떻게 씀씀이를 줄이느냐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추가로 필요한 4조6000억원 가운데 1조원을 세출예산 조정을 통해 조달키로 여야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역대급 부실 심사라는 오명으로 얼룩진 올해 예산의 비효율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여야는 이제라도 당리당략을 떠나 꼭 필요한 곳에 적정한 돈이 제때 쓰여 혈세를 낭비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재난지원금 추경 일부 세출 조정으로 마련 #총선용 쪽지예산, 중복 현금 살포 걷어내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생살을 뜯다시피 하는 비합리적인 세출 조정을 피하겠다”며 방어적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언급한 100조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 세출은 충분히 조정 가능한 게 사실이다. 여야 교섭단체 3당 간사 간 협상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소소위 협의가 파행을 겪다 제1 야당인 현 통합당을 배제하고 법적 근거가 없는 ‘4+1(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민주당) 협의체’가 심사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예산 담합과 지역구 챙기기용 끼워 넣기 쪽지 예산이 기승을 부린 탓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관광지 조성이나 건물 외관 꾸미기 등 정부 안에 없던 총선용 지역구 챙기기에 10조원이나 더 밀어 넣고도 정부 원안에서 고작 1조2075억원만 삭감했다. 가령 협의체에 참여했던 민평당(현 민생당) 조배숙 의원은 정부 안에 없던 미륵사지 관광지 조성 예산으로 7억2500만원을 확보하고, 익산 세계유산 탐방거점센터 건립 사업비로 14억원을 더 밀어 넣었다. 대안신당(현 민생당) 박지원 의원 역시 목포대 도서관 외부 미관 개선 공사로 10억원을 확보하는 등 당장 국민 삶에 절실하지는 않은 곳에 세금이 쓰일 우려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이번 세출 조정은 이 같은 유형의 예산 심사를 바로잡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올해 예산의 35%(180조원)를 차지하는 복지예산 역시 꼼꼼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생계가 막막한 취약계층을 위한 돈은 꼭 필요하다. 다만 복지는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렵다. 당장 급하다고 무작정 현금을 뿌리기에 앞서 중복되는 유사 사업이나 불필요한 퍼주기가 없는지 꼭 살펴야 한다. 기존의 현금성 복지 대상자 1200만 명이 받는 지원금 가운데 20조원이 넘는 중복 지원만 잘 가려내도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넘기더라도 우리가 맞닥뜨린 저출산·고령화 시대에는 복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 법인세도 잘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엔 눈을 감은 채 정부가 언제까지나 빚으로 돈을 퍼주면서 살림을 꾸려갈 수는 없다.
무작정 빚을 늘리기에 앞서 나랏돈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 씀씀이부터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본예산으로도 충분한데 공연히 추경으로 재정을 낭비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사업 수요에 대한 세밀한 검토 없이 무작정 예산을 편성한 탓에 추경만큼 예산이 고스란히 남은 사례도 있다. 20대 국회가 이런 비효율은 꼭 바로잡고 떠나길 바란다. 그래야 역대 최악의 무능한 국회라는 오명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