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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디카 '1억' 화소 경쟁…사람의 눈 뛰어 넘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람의 눈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의 1억 화소 경쟁이 치열하다. 디지털카메라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소니나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이 1억을 넘어 2억개 화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잇달아 선보였다. 스마트폰업계는 올해부터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샤오미와 모토로라 등이 1억 화소가 넘는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신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2000년 초 '1000만 화소' 경쟁이 20년 만에 '1억 화소 경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셈이다.

카메라 화소 1000만에서 20년 만에 1억개로   

스마트폰이든 디지털카메라든 '사진을 찍을 때 이미지센서의 고화소가 고품질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게 사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오히려 고화소로 찍은 사진은 크게 인화하거나 현수막으로 제작하지 않는 한 스마트폰이나 PC로 사진을 볼 때 해상도와는 관계가 없고, 오히려 저장 공간만 차지하고 스마트폰을 돌리는 메모리 속도만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 업체로서는 기술력을 과시하고 또 고화소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고화소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는 이미 1억 화소 시대 진입  

후지필름의 1억2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GFX 카메라는 약 99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 아마존 캡쳐]

후지필름의 1억2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GFX 카메라는 약 99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 아마존 캡쳐]

1억 화소를 넘긴 제품은 디지털카메라로 먼저 출시됐다. 후지필름은 지난해 1억 화소의 디지털카메라 GFX를 출시했다. 소니 역시 지난해 디지털카메라 a7R IV를 내놨다. 두 카메라에 달린 이미지센서 화소는 6100만 화소지만, 4~12장씩 고속촬영한 사진을 합성해, 1억~2억4000만 화소의 사진을 구현한다. 사진을 찍을 때 이미지 센서 화소 하나만큼 씩 상하좌우로 움직여 연속촬영한 4~12장을 한 장으로 합성해 보정하는 '픽셀 시프트' 기술을 도입한 덕분이다. 올림푸스나 파나소닉도 비슷한 기술을 활용해 1억 화소 상당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출시했다.

올해부터 1억 화소 스마트폰도 속속 출시    

모토로라가 지난 21일 4년만에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인 '엣지 플러스'에는 1억8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장착한 카메라가 탑재됐다. [모토로라]

모토로라가 지난 21일 4년만에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인 '엣지 플러스'에는 1억8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장착한 카메라가 탑재됐다. [모토로라]

스마트폰 카메라 역시 올해 1억 화소의 고지를 밟았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지난해 64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화웨이나 샤오미, 삼성전자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화소 스마트폰 카메라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갤럭시S20 울트라에 1억8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장착하면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갤S20 출시 후 스마트폰으로 달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곧이어 샤오미가 지난달 또 모토로라는 지난 22일 1억800만개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미10 프로'와 '엣지 플러스'를 각각 출시하며 1억 화소 스카트폰 경쟁에 가세했다.

삼성, 인간의 눈(5억) 뛰어넘는 6억 화소에 도전   

삼성전자가 최첨단 '노나셀(Nonacell)' 기술을 적용해 기존보다 카메라 감도를 최대 2배 이상 향상시킨 차세대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1'. 갤러시S20 울트라에 탑재됐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최첨단 '노나셀(Nonacell)' 기술을 적용해 기존보다 카메라 감도를 최대 2배 이상 향상시킨 차세대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1'. 갤러시S20 울트라에 탑재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업계의 화소수 경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LSI사업부 센서사업팀 박용인 부사장은 지난 21일 “사람 눈(약 5억 화소)을 능가하는 6억화소 이미지센서 등 혁신을 위한 삼성전자의 도전은 계속된다”며 “사람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균까지 볼 수 있는 센서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미국 몽고메리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에서 1억4400만화소 이미지센서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가시광선 영역을 넘어 자외선(파장대역 450nm 이하)과 적외선(750nm 이상)을 활용할 수 있는 이미지센서도 연구중이다. 삼성전자 계획대로 자외선 영역까지 촬영할 수 있는 이미지 센서가 개발된다면 암조직의 색을 다르게 촬영해 피부암을 진단할 수도 있고 적외선 영역까지 촬영한다면 농업이나 산업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사진은 빛의 예술!…기술이 넘을까?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 업계가 고화소 경쟁에 사활을 걸지만 사진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인만큼 빛을 감지하는 이미지 센서, 또 이미지 센서가 받아들인 정보의 노이즈나 결점 등을 수정해 최적의 사진을 표현하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 카메라 센서 담당 존 에렌센 애널리스트는 "같은 크기의 이미지 센서에 더 많은 화소를 담으면 화소 자체의 크기가 줄어든다"며 "빛을 받을 수 있는 면적이 한정돼 있는데 여기에 화소수만 늘린다고 사진의 화질이 좋아지진 않는다"고 단언한다.

800만 화소 DSLR카메라가 1000만화소의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더 좋은 화질의 사진을 찍어내는 것도 센서가 넓어 빛을 받을 수 있는 면적 자체가 스마트폰 이미지센서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업계는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그래픽을 처리하는 별도의 칩을 탑재하고 있다. 이 칩은 사진이나, 동영상, 게임 등과 관련한 이미지를 처리할 때 메인 프로세서의 부담을 줄이면서 이미지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게 한다. 사진이 빛의 예술이라는 한계를 넘기 위한, 또 인간의 눈을 뛰어넘는 카메라의 기술 개발 경쟁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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