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1조원대의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종필(46)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5개월가량의 도피행각 끝에 검거됐다.
라임 사태의 주요 피의자인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14일부터 도주 중이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후 9시쯤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 인근 한 거리에서 외출 후 귀가하던 김 전 회장을 검거했다. 이후 은신처를 파악한 경찰은 오후 11시쯤 또 다른 핵심 인물로 수배 중인 이 전 부사장을 같은 빌라에서 붙잡았다. 둘은 함께 도피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라임자산운용은 부실 펀드 돌려막기와 수익률 조작 등으로 지금까지 1조6000억원대 손실을 냈다.
스타모빌리티 실소유주인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의 ‘자금줄’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번 사건 연루 인물들은 그를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고향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에게 49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주고 라임 사태에 관한 검사 관련 정보를 입수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라임 사태와 별개로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에서 161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을 주도한 혐의도 받고 있는데, 이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 도주 행각을 벌였다.
함께 체포된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을 책임진 인물로 이번 사건의 ‘몸통’이다. 김 전 회장과 공모해 라임 자산을 빼돌리고 라임 펀드의 부실을 알면서도 숨기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800억원대 횡령 혐의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잠적했었다. 수원여객 횡령 사건과는 무관한 이 전 부사장은 이날 곧바로 서울남부지검으로 넘겨졌다. 두 사람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현재 서울 남부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이날 경찰에 체포되면서 답보상태에 있던 라임 사태 수사가 급물살을 탈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지수대에 검거전담팀을 편성하여 통신, 계좌, 주변인물 등에 대해 강도높은 추적수사를 전개해 오던 중 검거하게 됐다”며 “이들과 관련한 범죄 혐의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의혹을 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사람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