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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불명예 퇴진 오거돈, 최근 지인에게 "재선 도와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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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기자 회견에서 울먹이는 오거돈 부산시장. 송봉근 기자

사퇴기자 회견에서 울먹이는 오거돈 부산시장. 송봉근 기자

“30년 만에 부산의 정권교체를 이뤘다. 새로운 평화의 나라, 행복한 부산을 염원한 부산시민의 승리입니다.”

오 시장,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 #당선 직후부터 ‘동남권 신공항 건설’ 강조 #김해신공항 확장 거부, 총리실 검증 이끌어 #재임 중에 끊임없이 건강 이상설 등 제기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오거돈(69) 부산시장 당선인의 소감이다. 오 시장은 부산시장 도전 네 번 만에 승리했다. 3전4기(3轉4起)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재선에 도전한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66)와의 재대결 끝에 승리했다. 오 시장은 2014년 선거에서 서병수 전 부산시장(21대 총선에서 부산진갑 당선)에게 1.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었다.

오 시장의 당선으로 민선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줄곧 보수세력(지금의 미래통합당 계열)이 차지해온 부산시장 자리를 처음으로 진보세력이 차지했다. 당시 선거 초반부터 오 시장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20~30% 포인트 차이로 서병수 후보를 앞섰다. ‘보수 텃밭’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 깃발을 꽂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이유다.

오 시장은 당선 배경을 ‘지방권력 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컸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이에 더해 ”4년 전보다 조직력이 확장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시민의 정치의식이 높아졌으며,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후광 효과가 작용했다”라고도 분석했다.

사퇴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는 오거돈 부산시장. 송봉근 기자

사퇴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는 오거돈 부산시장. 송봉근 기자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상대방의 ‘가짜뉴스’, 즉  ‘몸이 아프다’ ‘땅 투기를 했다’‘마네킹에 인사했다’ 같은 터무니 없는 흑색선전이 많았다”고 얘기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6년 6월 영남권 5개 시·도 지사의 합의로 동남권 신공항은 김해 신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뒤였기 때문이다. 김해 신공항 문제는 오거돈 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송철호 울산시장 등 부·울·경 시도지사의 요구로 관문공항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국무총리실에서 검증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이다. 4·15 총선거로 검증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오 시장은 재임 기간에 ‘시민이 행복한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을 기치로 만덕~센텀간 지하고속도로 건설 등을 추진해왔다.

오 시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부산시장 재선 도 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전쯤 지역 유명 지인과 함께한 모임에서 46년생인 미국 대통령 트럼프, 42년생인 부통령 조 바이든의 예를 들며 재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48년생으로 72세다.

사퇴기자회견에서 오거돈 시장이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사퇴기자회견에서 오거돈 시장이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지인은 “‘재선을 해서라도 신공항 문제 책임지고 해결하라’‘관둬라. 재선 꿈도 꾸지 말라. 참신하고 젊은 사람 많은데 그런 사람 하는 게 좋지 않겠나’하는 얘기 등이 오갔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지난 선거 당시는 물론 재임 중 건강 이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오 시장은 2014년 서병수 시장에게 낙선한 뒤 서울에서 건강검진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시장 재임 기간에는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 같은 얘기들이 나돌았다.

한 지인은 “건강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오 시장이 많이 괴로워했고, 그럴 때마다 책을 갖고 반나절, 아니면 한나절씩 잠행을 하기도 했다 ”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러한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행사 등에서 팔굽혀 펴기를 100개 이상 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오거돈 시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 중·고등학교와 서울대 철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부산시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지방행정국 전산지도계장, 지도과장, 국민운동지원과장, 편성운영과장을 지내고 대통령비서실 정책보좌관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또 부산시에서 동구청장, 교통관광 국장, 내무국장, 개발사업추진단장, 상수도사업본부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쳐 부산시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까지 지냈으며 2003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아 약 7개월 동안 부산시정을 이끌기도 했다. 2004년 5월 공직을 떠나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후 일본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 부산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돼 참여정부 국무위원의 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부산=황선윤·이은지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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