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청구하면 5000만원”…시민단체, 현직 검사 수사 의뢰서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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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공공감시센터가 제공한 양모 장애인협회 회장의 녹취록. 양 회장이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검사에게 5000만원을 주기로 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 시민공공감시센터]

시민공공감시센터가 제공한 양모 장애인협회 회장의 녹취록. 양 회장이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검사에게 5000만원을 주기로 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 시민공공감시센터]

시민단체가 전북의 한 장애인협회 회장 횡령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현직 검사와 경찰을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이 향응과 금품을 받고 협회장을 구속하기 위해 표적 수사를 벌였다는 것이 단체 측의 주장이다.

시민공공감시센터는 22일 현직 경찰과 검찰의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의뢰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수사 의뢰 대상자는 현 장애인협회 회장인 양모씨와 이사 임모씨, 전북경찰청 장모 경위와 신원 미상의 전주지검 검사다. 센터는 다만 당시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검사를 비리 의혹 대상자로 의심하고 있다.

센터는 “2018년 7월 양 회장이 회장직을 갈취하기 위해 임 이사와 치밀하게 사전 공모한 후 경찰관에게 ‘승진을 시켜주겠다’고 유혹해 접대하면서 전직 회장 이모씨에 대한 표적 수사를 벌이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을 반드시 구속하기 위해 검찰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이 양 회장의 고백으로 명백히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센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양 회장은 지인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영장 청구하면 검사에게 내가 5000만원을 주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는 “(경찰이) 내일 오후에는 어떻게든 해서 영장을 보낸다고 했다”며 “검찰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는데 검찰은 내가 작업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회장은 또 6일 뒤 “검사가 이제 방금 영장 청구 사인했다”며 수사 상황을 알고 있는 듯한 발언도 한다.

이후 이 전 회장은 구속됐고, 약 7억2000만원의 협회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전주지법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고, 불복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수사 의뢰 대상자로 지목된 검사와 양 회장은 모두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현재는 법무부 정책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당시 수사 검사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무근이고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라며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어떤 경위로 제 이름이 언급되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양 회장 역시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검사 얼굴도 본 적 없다”며 “녹취록이 있다니 내가 그렇게 말한 건 맞겠지만, 술에 취해서 한 허풍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사의 영장 청구 내용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법원에 영장이 접수됐는지 물어봐서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 때문에 괜히 경찰과 검사가 곤란한 일을 겪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난주 해당 고발 건을 송부받은 대검은 아직 어떤 검찰청에서 사건을 담당할지 결정하지 않았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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