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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개학 연기 기간, 게임은 더하고 공부 시간은 반토막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에서 마스크를 쓴 아이가 킥보드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에서 마스크를 쓴 아이가 킥보드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약 50일 동안 이어진 개학 연기 기간 학생들이 평소보다 학습량은 절반으로 줄고 게임을 한 시간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개학 연기에 따른 학업 공백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최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COVID-19(코로나19) 개학 연기에 따른 원격 학습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학부모 5만5380명, 학생 3만9244명 등 총 9만462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연구조사는 코로나19 발병 전 학기 중과 방학 기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학 연기 기간 중 학생들이 하루를 어떻게 지내는지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학생들은 개학 연기 기간 평상시 학기 중 학습량(9시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시간24분 동안 공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학 중 학습시간(4시간30분)보다 적은 수치다.

학습량이 평소 방학 때보다 준 데에는 학원 수강 시간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개학 연기 기간 동안 학생들이 학원에서 보낸 시간은 평균 1시간6분으로 평소 방학 때 1시간48분을 보낸 것에 비해 39%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원들이 대거 휴원에 들어간 결과로 풀이된다.

학습 시간이 줄어든 대신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카카오톡 등을 한 시간은 늘었다. 이 기간 동안 게임·영상시청·채팅에 쓴 시간은 평소 방학 때보다 18분 늘어난 4시간54분으로 파악됐다.

잠을 잔 시간은 늘었다. 개학 연기 기간 학생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9시간6분으로 학기 중보다 1시간 늘었고, 방학 기간 수면 시간보다도 6분 증가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운동 시간도 방학 기간 때보다 6분 줄었다.

개학 연기 기간이 사실상 방학 연장과 다를 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학업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교육에 의존하는 학생과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등교 후 학업 격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 공백을 우려한 학생들이 사교육 업체에 몰리며 일부 학원들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불모지로 여겼던 초등학교, 중학교 강의 매출이 연초에 몇배로 뛰었다"면서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지난달부터 학원 개원을 요청하는 요구도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고3·중3을 시작으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정상 등교 전까지는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일반고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아침에 학원 가는 걸 알지만 말리진 않는다"면서 "온라인 강의로는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도록 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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