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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외화벌이하는 유럽 진출 북한 축구선수들 송환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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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이 국제 제재를 피해 벤츠 마이바흐 등을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베트남 접경지역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의 벤츠 마이바흐. [연합뉴스]

북한이 국제 제재를 피해 벤츠 마이바흐 등을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베트남 접경지역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의 벤츠 마이바흐. [연합뉴스]

북한이 중국에 불법으로 석탄을 수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회피, 지난해 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 연봉도 WMD 개발 활용 시각 #안보리, 한광성·박광룡 등 셋 지목 #김정은 정상회담 때 탄 마이바흐 #이탈리아서 5개국 거쳐 밀반입

18일(현지시간) 외신에 공개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대형 바지선을 동원해 대량으로 석탄을 중국으로 실어날랐다. 북한의 석탄 수출은 전면 금지돼 있다.(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

북한은 아예 국제해사기구(IMO)에도 등록되지 않은 ‘유령 바지선’을 이용했다. 패널에 포착된 것만 해도 지난해 5~9월 37척의 바지선이 북한산 석탄을 중국 항구에 하역했다. 북한은 고철 폐기용으로 시장에 나온 선박을 사들여 석탄 수출에 활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1~8월 최소 370만t(약 3억 7000만 달러 상당 추산)의 석탄을 팔았다.

안보리는 2017년 12월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토석류 수출도 막았는데, 북한은 지난해 5월 이후 황해도 해주와 함경남도 신창에서 모래를 채취해 약 90여 척의 바지선을 이용해 중국에 수출했다. 최소 100만t, 총 2200만 달러어치로 추정된다.

여기에 서해에서 불법 조업권 판매 등을 통해 얻은 수익까지 합치면 지난해 5억~6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는 북한의 정유 제품(휘발유·등유·경유 등) 수입 상한선을 연간 50만 배럴로 묶었지만, 북한의 정유제품 수입량은 약 3~8배(지난해 1~10월, 143만~389만 배럴)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 제3국 선박을 이용해 공해 상에서 선박 간에 환적(ship to ship)받는 수법도 여전히 많이 썼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선박이 연루되기도 했다. 중국 국적 ‘윤홍(Yun Hong) 8호’는 지난해 7~8월 동중국해 상에서 한 한국 선박으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정유 제품을 환적받았는데, 이 중 세 차례는 남포항으로 갔다. 다만 한국 선박은 북한 선박과 직접 환적한 것은 아니라 결의 위반은 아니라고 패널은 판단했다.

한광성, 박광룡, 최성혁.(왼쪽부터)

한광성, 박광룡, 최성혁.(왼쪽부터)

패널은 해외 프로리그에 진출한 북한 축구선수들도 본국으로 송환해야 하는 ‘외화벌이’ 노동자로 봤다. 결의 2397호는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외화가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쓰인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은 자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도록 했다.(2019년 12월 22일까지)

패널 보고서는 해외에서 뛰는 북한 축구선수들의 고액 연봉도 결국 WMD 개발에 사용된다고 본 셈이다. 특히 한광성(카타르), 박광룡(오스트리아), 최성혁(이탈리아)의 이름을 콕 짚어 명시하며 이들이 지난해 12월 22일까지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아 제재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정확히 공개된 적은 없지만 유럽 언론들에 따르면 ‘북한의 호날두’로 불리는 한광성의 연봉을 86억원 정도로 평가했다. 이탈리아 언론은 한광성의 현 소속팀인 알 두하일이 전 소속팀 이탈리아 유벤투스에 이적료 500만 유로(약 64억원)를 지급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스페인 스포츠 전문지 마르카는 지난 1월 “한광성 연봉 중 1600유로(200만원)를 빼고는 북한 당국이 가져간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고, 한광성 측은 부인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과 2019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때 탔던 전용차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 S600’ 2대는 2018년 2월 이탈리아의 한 차량 업체가 구입한 뒤 네덜란드·중국·일본·한국·러시아를 거쳐 2018년 10월쯤 평양으로 밀반입된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백민정·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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