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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온라인 개학'이라는 데 노는 건지 공부하는 건지…

중앙일보

입력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교실에서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조회를 열고 출석 체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교실에서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조회를 열고 출석 체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제 고등학교 전 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했다. 익숙하지 않은 작업이 산더미인 데다가 담임으로서 반 아이들 교과목 하나하나, 교과 교사로서 각 반 아이들 하나하나의 경우를 입력하고 체크하다 보면, 정작 학생 한 명 안 보이는 학교 현장은 마치 폭탄을 맞은 듯하다. 한 가지 지시사항으로 몇 번을 전화해야 한다. 수차례 전화를 해도 연결이 안 될 땐 순간적으로 마음이 울컥하기도 한다. 이럴 때 부모님께 연락해보면, “애가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네요, 어떻게 하죠?”라는 하소연을 듣곤 한다. 권위적이지 않고 자율적 분위기의 가정에 이런 일이 많다. 이제 좀 컸다고 어지간한 이야기를 잔소리로 퉁겨내니 부모님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갈등이 심해지면 원래 권위적이었던 가정보다 오히려 더 통제가 심해지기도 하고 집안 분위기도 엉망이 되어 버린다.

'지하나 샘의 교육을 부탁해' #자유와 통제 사이 균형 찾기

물론 어려서부터 자녀에게 자유를 보장하고 자율적인 성장 환경을 조성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평소에 좋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의 민낯이 드러나곤 한다.

그러고 보면 요즘 민낯이라는 표현이 부쩍 자주 보인다. 평소의 꾸민 이미지와 다른 실체가 드러났다는 얘긴데, 요즘은 선진국인 줄 알았던 국가들의 현주소를 언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들이 오히려 기본권을 억제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초기에는 한국의 모바일 정보를 이용한 방역이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많았다. 어떤 프랑스 경제지에서는 ‘감염자 동선 공개 : 개인의 자유를 희생시키지 말자’라는 기사에서 한국을 감시와 밀고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기본적인 통행의 자유마저 제한한다. 자녀의 자유를 우선시하다가 결국에는 통제가 더 심해지는 가정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어쨌거나 자유라면 일단 긍정적으로, 통제나 권위라면 일단 부정적으로 보는 성향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결국 적절한 권위가 결여된 상황에서는 그곳이 가정이든 조직이든 항상 뒤끝이 좋지 못한 결과를 보게 된다. 반면 애정과 통제 둘 다 높은 권위적 유형에서 자란 아이들은 애착 관계가 단단하면서도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한 부모의 일관된 자세를 닮아간다. 부모의 ‘믿을 만한’ 권위 안에서 절제되면서도 ‘자유로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인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모가 가진 특성을 정리해 보자.

첫째 항상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자녀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려 주고 보듬어주는 것이 부모에게 그 어떤 일보다도 우선이라는 것을 자녀들도 느끼게 해 준다. 이런 안정적인 애착감은 자녀가 성장하면서 갖는 활발한 에너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둘째, 선을 그어줄 필요가 있을 때는 엄숙한 얼굴과 단호한 목소리로 경고한다. 스스로 익숙하지 않다면 거울을 보고 연습해보는 것도 좋다.

셋째, 아이들이 떼를 써도 굴복하지 않는다. 한 번 정해진 방침에 대해서는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떼를 쓸 때 그 요구를 들어준다면 떼쓰는 행위의 효과를 학습시키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넷째, 굳건한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자녀가 의존하려는 성향을 보일 때마다 적절히 외면한다. 눈앞의 일 처리보다 자녀의 독립적인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가 공부한다는 구실로 자기 일을 부모에게 떠맡기거나, 집안일을 외면하지 못하게 한다. 부모가 자꾸 잡일을 처리해주면 모든 일에 ‘열외의식’이 생겨 자기 일 외에는 주변을 전혀 살피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최근에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검색어가 상위에 오르면서,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는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국제 질서가 재편되며, 인종차별과 보호 무역주의가 성행하고, 온라인 강의가 세계적으로 일상화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넷플릭스나 아마존에서 실현했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필요하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로, 예전의 편협하고 굳어진 학교 서열화와 사교육 제일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가치관이 요구된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자유의 에너지를 보장해주되 적절한 방향으로 향하게 해주는 ‘믿을만한 권위’의 회복이다.

지하나 덕소교 교사

 남양주 덕소고 교사. 23년 차 베테랑. 한문 교사이자 1급 학습 코치 및 전문상담교사. 취미이자 직업이 학생 상담. 1000여 명의 학생의 학습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 클리닉’과 ‘학종내비게이션’(학종 지도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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