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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코로나 혼란기… 집에서 만나는 AI 영어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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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수업 비중이 많이 증가했다. 온라인 개학이 장기화하면 단순 녹화 수업이나 제한적 화상 수업만으로 부족한 학습 빈틈을 인공지능(AI) 튜터가 일부 보충할 전망이다. 영어는 AI 튜터 활용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과목이다. 듣기와 말하기 연습이 중요한 과목 특성과 인공지능의 대화형 학습 방식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개학연기, 온라인 강의 빈틈 AI영어교사가 채워 #영어 교과 과정 익히고 발음지원, 글쓰기도 교정 #심화 학습 가능, 수준별 맞춤 학습이 장점

집에서 만나는 AI 튜터, 학교 교과영어 익히기에 유용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초등 5학년 150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영어체험수업을 했다. [박기오교사 제공]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초등 5학년 150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영어체험수업을 했다. [박기오교사 제공]

“초등학교 3, 4학년 교육과정에서 알파벳과 숫자 영어를 배웁니다. 집에서 AI 튜터와 함께 빙고 게임을 하면서 쉽게 시작할 수 있죠.” 광주 광천초 박기오 교사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영어 수업시간에 대화형 AI 스피커를 사용한다. 그가 사용하는 플랫폼은 구글의 인공지능 앱인 ‘구글 어시스턴트’. 스피커는 구글홈 미니를 사용한다.

박 교사는 “구글 AI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어디든 무료로 설치할 수 있다. 또 구글의 엄청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영어자료를 무제한 활용할 수 있다”며 “가정에서도 몇 가지 질문하는 요령만 익히면 쉽게 영어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고 권했다. 학교에서 처음 영어를 배우는 초등 3학년은 "Give me random letter(아무 알파벳이나 불러줘)"라는 명령을 통해 AI와 알파벳을 익힐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Give me 동물/악기 sound(동물/악기 소리를 들려줘)"라고 명령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동물과 악기 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다.

Quiz(문제)/Kids(아이들)처럼 비슷한 듯 다른 발음이나 salmon(연어)처럼 성인들도 자주 틀리는 단어의 철자를 익히는 연습은 초등 5, 6학년 정도의 고학년들에게 적합하다. "How do you say Q-u-i-z(Q-u-i-z를 어떻게 말하지)?"라고 질문하면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주고, "How do you spell salmon(연어의 철자가 뭐지)?"라고 물으면 각각의 철자를 또박또박 끊어 읽어준다. ‘repeat(다시)’이나 ‘repeat slowly(천천히 다시)’라는 명령어도 유용하게 쓰인다.

"What's your name(이름이 뭐니)?" "What's your favorite ___(제일 좋아하는 __는 뭐니)?"와 같은 가벼운 일상대화는 초등 전 학년에 걸쳐서 시도할 수 있는 회화 연습이다. 예상치 못한 재치있는 AI의 대답에 아이들의 흥미가 자극되고 학습 동기가 커진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광주광역시 서구 지역 초등학교 5학년 1500명이 박 교사의 수업을 받아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영어수업을 체험했다. 수업을 준비하며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모아 일일이 미션 활동지를 만들었다. 그는 이 기록을 모아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어수업꿀팁 55』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통역, 문법교정부터 첨삭까지… 다양한 AI 튜터 개발

노트북,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는 교육 현장에서 점점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박기오 교사 제공]

노트북,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는 교육 현장에서 점점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박기오 교사 제공]

대형 통신사와 어학원, 교육업체를 중심으로 영어학습을 돕는 AI 튜터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기존에 AI로 학습하기 유리하다고 여겨졌던 단순 반복적인 영어회화 연습을 넘어, 최근엔 번역과 통역, 문법 교정부터 첨삭 영역까지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된다. 네이버가 개발한 AI 통번역 앱 파파고는 최근 대다수 학생이 사용하는 AI 영한·영영 사전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 앱보다 한국의 높임말 표현이 좀 더 자유롭다. 또 텍스트만 번역이 가능한 기존 AI 앱들과 달리 글씨가 적힌 사진에서도 텍스트를 추출해 번역을 제공하는 ‘이미지 번역’이 차별점이다.

청담러닝이 개발한 지체크(G-check)는 사용자의 영어 글쓰기를 지도한다. 기승전결에 따른 글의 전체 흐름을 구성할 수 있는 개요 짜기부터 도와준다. 또 키워드를 정하도록 유도해 주어진 주제에 맞춰 문단별 핵심 단어가 포함되는지 표시해준다. 철자와 대·소문자, 부정관사 등 다양한 문법적 오류 역시 실시간 교정한다.

또 특정한 주제에 맞춰 AI의 질문을 받아 대답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자유 주제로 자유롭게 영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AI 채팅앱 '비나톡'도 개발했다. 애플이나 안드로이드의 음성 AI에게 날씨를 물어보면 정보를 알려주지만, 비나톡은 좋아하는 날씨나 싫어하는 날씨 등을 주고받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능을 영어 교육과 연계하는 다채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비나톡은 날씨에 대해 물어보면 기온을 알려주는 대신 좋아하는 날씨에 대해 대화한다.[청담러닝 제공]

비나톡은 날씨에 대해 물어보면 기온을 알려주는 대신 좋아하는 날씨에 대해 대화한다.[청담러닝 제공]

AI 기능을 가진 유·무료 앱들도 최근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주로 무료로 일부 기능을 체험하게 한 뒤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식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듀오링고 앱은 전 세계에서 3억 회 이상 다운로드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영어뿐 아니라 전 세계 37개 언어로 학습이 가능하고, 사용자의 수준에 따라 맞춤식으로 학습방식을 제공한다.

케이크(Cake) 앱은 매일 10분간 무료로 영어회화를 듣고 말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특정 문장을 유튜브와 연결된 영상에서 자동으로 3번 반복해 영상을 제공한 뒤, 직접 학생이 녹음으로 말하게 해 인공지능이 학생의 말하기 실력을 레벨 A부터 C까지 평가한다.

공교육에도 AI 튜터가 조만간 등장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초등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계획’에 따르면 원래 올해부터 학교 현장에 'AI(인공지능)로 영어 말하기 연습 시스템' 도입이 예정돼 있었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초등영어 AI 말하기 시스템 자문위원이기도 한 박기오 교사는 “현재 4학년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이 1차 개발돼, 시범학교 적용을 앞둔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로 일단 보류 중”이라고 전했다. 교육부가 개발한 AI 시스템은 교과서의 문장과 어휘, 문법 등을 학생들이 따라 하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학생들이 교과 과정 성취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지능(AI)과 대화 시 유용한 표현

① 이 단어의 발음은 어떻게 하지? (How to pronounce ___?)
② 천천히 다시 말해줘(Repeat slowly)
③ 이 단어의 철자(스펠링)를 알려줘(How do you spell __?)
④ 한국어로 통역해줘(Translator in Korean)
⑤ 이 단어가 무슨 뜻이지? (Define __/What is __?)
출처:『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어수업 꿀팁 55』(박기오 지음)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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