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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뉴타운'이 보수에 부메랑 됐다···우상호 "우리에겐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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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뉴타운 [연합뉴스]

은평뉴타운 [연합뉴스]

"그때는 반대했다. 그랬던 뉴타운이 우리에게 '선물'이 됐다."
서울 서대문갑에서 53.2%의 득표율로 당선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그는 승리 요인 중 하나로 뉴타운을 콕 찍었다.

12년 만에 아이러니한 반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북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한 뉴타운은 현 여권의 악몽이었다.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은 뉴타운 바람이 서울을 휩쓸었고, 그 결과 서울 48석 중 40석을 한나라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이 가져가는 압승을 거뒀다. 뉴타운 개발이 집중된 강북에서 김근태(도봉갑), 유인태(도봉을), 우원식(노원을), 임종석(성동을) 등 민주당의 간판급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우상호 의원도 이때 이성헌 한나라당 후보에 8%포인트 차로 졌다.

당시 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의 뉴타운 개발에 극력 반대했다. 강북에 고가 아파트촌이 들어서면 기존 민주당 지지층들이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 밖으로 튕겨 나가고, 40~50대 중산층이 대거 들어와 강남 3구처럼 선거에서 불리해질 것으로 봤다.

서울시 뉴타운 등 출구 전략 발표 후 주민 갈등 심해진 서대문 뉴타운 북아현 3지구에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중앙포토]

서울시 뉴타운 등 출구 전략 발표 후 주민 갈등 심해진 서대문 뉴타운 북아현 3지구에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여론을 업은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는 미아뉴타운(강북구), 휘경·답십리뉴타운(동대문구), 아현뉴타운(마포구), 북아현·가재울뉴타운(서대문구), 왕십리뉴타운(성동구), 길음·장위뉴타운(성북구), 한남뉴타운(용산구), 중화뉴타운(중랑구), 돈의문뉴타운(종로구) 등을 추진했다.

그런데 2008년 후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서울의 주택 매매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분양이 어려워지자 건설사들은 수차례 설계 변경을 통해 대형 평수의 비중을 낮추고 중소형 위주로 대거 전환했다. 그러면서 입주 세대도 30대 비율이 높아지고 주민들도 3040 위주로 재편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5일 21대 국회의원선거 서대문갑 당선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가 연희동 사무소에서 부인과 함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5일 21대 국회의원선거 서대문갑 당선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가 연희동 사무소에서 부인과 함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우 의원이 승리한 서대문갑의 경우 2015년 5월 북아현뉴타운 1-3구역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신촌'은 중소형 비율을 69%에서 90%로 늘렸다. 중소형 비중이 높아지면서 2014년 2월 3696명이었던 북아현동의 3040 인구는 올 2월엔 5834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서대문구의 3040 인구는 10만3838명에서 9만4459명으로 감소했는데 북아현동만 증가하는 '이상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우 의원은 북아현동에서 1000표가량을 더 받았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왕십리도선동)도 비슷하다. 이곳은 20·21대 총선에서 중·성동갑 지역구에 속했다. 왕십리뉴타운 3구역 ‘센트라스’도 2182가구의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비율을 2529가구로 늘려 2015년 분양했다. 중소형 비율을 80%에서 93%로 늘린 거다.
성동구의 3040 인구는 2015년 10만2344명에서 2020년 9만7443명으로 줄었지만 왕십리도선동 3040 인구는 5303명에서 8958명으로 3600명가량 늘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도선동에서 1000표가량을 상대 후보보다 더 받았다.

서대문갑과 중-성동갑은 여야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서울의 대표적 스윙보터다. 19대 총선에서 홍 의원은 김동성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500표 차의 신승을 거뒀다. 우상호 의원도 이성헌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7000표를 이겼다. 하지만 뉴타운 입주가 시작된 20대부터 격차가 커졌다. 20대 총선에선 표차가 7000표(중-성동갑), 1만표(서대문갑)로 늘어났고, 이번 선거도 1만7000표(중-성동갑), 1만표(서대문갑) 차로 이어졌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당시 민주당과 그렇게 싸우면서 추진한 뉴타운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냐”고 말했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 흑석동 개표결과

21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 흑석동 개표결과

다만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이 패배한 동작을 흑석뉴타운은 다소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다. 흑석뉴타운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흑석뉴타운은 한강 이남이고 서초구에 인접해 인기가 높았다. 이곳만큼은 미분양 걱정이 없었다"며 "오히려 20평형대를 줄이고 30~40평형대 늘린 곳도 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흑석동에서 9657표를 받아 이수진 민주당 당선인(8313표)보다 1300표를 더 얻었다.

유성운·손국희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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