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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한 조주빈, 고개숙인 강훈…n번방 그들의 정반대 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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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왼쪽)과 공범 '부따' 강훈. 뉴스1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왼쪽)과 공범 '부따' 강훈. 뉴스1

조주빈(25·텔레그램 대화명 박사)과 강훈(18·대화명 부따). 그들의 태도는 서로 정반대였다.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의자로서 대중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이야기다. 이 두 명은 텔레그램 성 착취 단체대화방 ‘박사방’ 사건의 공범 관계로 의심받는다.

조주빈, 평온 표정에 감상적

조주빈은 “뻔뻔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돌발 행동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달 25일 서울종로경찰서 로비의 포토라인에 서서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성 착취 피해자에게 사과를 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화제가 됐다.

목 보호대를 한 영향도 있었지만, 얼굴을 꼿꼿이 들고 평온한 표정을 한 점 역시 여론을 들끓게 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단체 회원은 “(성 착취) 피해자한테 사과할 생각은 없습니까”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당시 조주빈을 두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과대망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자신에 대한 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내부에서의 평판도 좋지 않다. “허세가 많다” “과시욕이 크다” 등이다.

조주빈은 또 조사 도중 머리를 찧는 자해를 시도해 경찰이 한때 혼란을 겪었다. 조주빈은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잠금장치도 풀지 않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강훈은 내내 “죄송하다”

반면 '부따' 강훈은 17일 종로경찰서를 나서며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변호사의 코치를 받은 ‘악어의 눈물’ 전략이거나 심리적 압박감을 못 이기고 내뱉은 빈말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조주빈 때처럼 “뻔뻔하다”는 평가와는 다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주빈은 사전에 치밀하게 인터뷰 할 내용을 준비해왔다면, 강훈은 그런 준비 없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과 앞으로의 불안감 때문에 굉장히 큰 위축감을 느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런 모습 때문인지 강훈이 호송차에 올라탈 때까지 그에게 호통 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경찰 일각에선 강훈의 신상공개를 주저하는 내부 여론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범죄의 무거움을 고려해 신상정보를 공개했지만 '강훈이 미성년자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하면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감정도 든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중당원들이 텔성 착취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중당원들이 텔성 착취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성년자 신상공개 반대론도

경찰 밖에서도 “미성년자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강훈은 처음으로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미성년자 피의자다.

조주빈은 주범이지만, 강훈은 조주빈의 부하 격으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정황도 이 같은 반대론의 근거가 됐다. 이에 강훈의 변호인(강철구 변호사)은 16일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상정보 공개를 멈춰달라”는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하지만 이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범죄자 나이 고려 말아야”

여성단체 등에선 “강훈에 대해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시선을 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시민단체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관계자는 “지금 언론에서 범죄자(강훈)의 나이와 상황 등을 많이 주목하는데, 그러한 서사를 부여하는 건 옳지 않다”며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데 방해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중·이가람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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