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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유일 무소속 이용호 "민주당 복당 불허는 유권자 무시"

중앙일보

입력

전북 남원·임실·순창에 출마한 무소속 이용호 후보가 15일 선거사무실에서 기뻐하고 있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 당선한 유일한 비(非)민주당 후보다. [연합뉴스]

전북 남원·임실·순창에 출마한 무소속 이용호 후보가 15일 선거사무실에서 기뻐하고 있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 당선한 유일한 비(非)민주당 후보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복당을) 무작정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저를 뽑아준 시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인터뷰] #전북 남원-임실-순창 재선 성공 #민주당 3선 이강래 후보 꺾어 #李 "민주당 복당은 시민과 약속" #"文대통령과 싸우는 프레임 피해" #"지역 발전 위해 경쟁 정당 필요" #"당 건강하려면 여러 목소리 내야"

 21대 총선 결과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재선에 성공한 무소속 이용호(60) 당선인은 16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너무 의석을 많이 차지해서 상당히 배 부를 것 같다. 그렇지만 '저를 당선시켜 주시면 민주당으로 들어가겠다'는 건 시민과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당선 직후 "선거 과정에서 약속드렸던 것처럼 시·군민 여러분의 뜻에 따라 민주당으로 들어가 임기 중반을 지난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용호 당선인은 개표 결과 49.49%(4만3118표) 득표율로 46.42%(4만448표)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이강래(67) 후보를 이겼다. 호남 28개 지역구 중 민주당이 아닌 후보론 유일하다.

 이용호 당선인은 경향신문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다. 그와 맞선 이강래 후보는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3선 의원 출신이다.

무소속 이용호 국회의원이 지난 2월 17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남원·임실·순창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무소속 이용호 국회의원이 지난 2월 17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남원·임실·순창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다음은 이용호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남원·임실·순창은 전북 최대 격전지로 꼽혔다. 승리 요인은.
"(유권자들이) 당보다는 사람을 봤던 것 같다. 어차피 저를 민주당에 들어갈 사람으로 보고 '누가 인물이 괜찮은가'를 비교·평가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선거 기간 가장 힘들었던 때는.
"무소속은 혼자 싸운다는 게 힘들다. (당 지지도가) 75%가 넘는 거대 정당인 민주당 태풍이 불어오는 속에서 홀로 광야에서 싸우는 형국이었다. 높은 지지도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가 찬조 출연을 하고, 주기적으로 의원 부대가 내려왔다. 당이 도의원과 시·군의원이 있어서 선거 조직화돼 있다. 더구나 호남에서는 단체장이 같은 (민주)당 소속이어서 유형·무형으로 당 후보를 돕기 때문에 혼자 무소속으로 싸우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이용호 대 이강래'가 아닌, '이용호 대 문재인·민주당' 싸움으로 본 시각도 있었는데.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었다. 이강래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은 아마 그런 프레임 속에서 지지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강래 후보는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 뒤에서 (선거 운동을) 하려고 했다. 예를 들면 TV 토론에 안 나오려 하고, 본인은 노출을 최소화하고 당을 내세우는 선거를 했다. 저는 가능하면 이강래 후보를 자꾸 동굴에서, 민주당이나 문 대통령의 프레임에서 끌어내려는 선거를 치렀다. 그런 전략이 주효했다고 본다. 결국은 저와 문재인·민주당 싸움으로 가지 않기 위해 '저도 민주당으로 들어가겠다' 또는 '문 대통령을 돕겠다' 쪽으로 많이 희석을 시켰다."

이낙연(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이강래 남원·임실·순창 국회의원 후보 선거 지원을 위해 지난달 29일 남원시 춘향골 공설시장을 방문해 전북 기자단과 오찬을 갖고 있다. [뉴스1]

이낙연(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이강래 남원·임실·순창 국회의원 후보 선거 지원을 위해 지난달 29일 남원시 춘향골 공설시장을 방문해 전북 기자단과 오찬을 갖고 있다. [뉴스1]

-호남 지역에서 유일한 비민주당 당선인이 됐는데.
"당 지지도가 100%라고 해도 (정당은) 거기에 걸맞은 후보를 내줘야 한다. 그런데 지지도가 높으면 아무래도 지지도를 믿고 인물을 덜 보는 측면이 있다. 그건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호남 기류가 '민주당이 좋다' '당은 무조건 민주당'이라고 해도 '아무나 뽑지 않는다'는 의식이 호남에는 있다. 특히 남원·임실·순창은 당만 보고 아무나 묻지마로 찍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건전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1당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메기 역할을 하는 적정한 경쟁세력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선거는 아쉬운 점이 있다."

-민주당 복당을 선언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인물론으론 한계가 있었나.
"지역구 의원의 숙명 같다. 전체 정치로 보면 지역과 상관없이 골고루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는 의석이 나오는 게 좋다. 그런데 지역구 의원으로 봐서는 지역민의 지지나 염원에 반해 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금의 정당 구조, 지역을 배경으로 한 진영 논리가 (작동하는) 정치 구조가 소망스럽지 않다고 본다."

-민주당은 '자당 후보와 경쟁한 후보의 복당(입당)은 불허한다'고 밝혔다. 복당 가능성은.
"민주당이 너무 의석을 차지해서 상당히 배 부를 것 같다. 그렇지만 '저를 당선시켜 주시면 민주당으로 들어가겠다'는 건 시민과의 약속이다. 그 약속에 따라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시기에 (민주당 복당을) 실행할 생각이다. 민주당이 (복당을) 무작정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저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저를 뽑아준 시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정당은 언제나 국민 속에 있는 것이지 국민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복당을) 공약하고 유권자들이 저를 뽑아 줬으면 민주당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 복당을 (허용)해 주는 것이 민주 공당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만 선거가 어제 끝났는데 금방 (복당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시기를 적절히 맞춰 진행하겠다. 그때가 머지않아 올 거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21대 총선 당선자들이 16일 전북도의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익산을 한병도, 전주을 이상직, 전주병 김성주, 정읍·고창 윤준병, 완주·진안·무주·장수 안호영, 전주갑 김윤덕, 익산갑 김수흥, 군산 신영대, 김제·부안 이원택 당선자.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21대 총선 당선자들이 16일 전북도의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익산을 한병도, 전주을 이상직, 전주병 김성주, 정읍·고창 윤준병, 완주·진안·무주·장수 안호영, 전주갑 김윤덕, 익산갑 김수흥, 군산 신영대, 김제·부안 이원택 당선자. [뉴스1]

-안호영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이 16일에도 복당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는데.
"총선이 지나면 지도부 개편이 있을 거다. 저는 (민주당 복당을) 공약하고 선거 과정에서 공론화했다. 1년 전에 복당 신청을 했고, 저와 함께 민주당에 입당 신청을 했던 (손금주)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이미 들어갔다. 당시 저는 민주당에 가서 경선 치르는 게 부담스러워서 안 갔다. 제가 경선에 불복했거나 예전에 탈당할 때 민주당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 시민들이 원하는데도 안 받아주는 일은 없을 거라 기대한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보면 민주당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인데.
"오로지 원보이스(한목소리)를 내는 건 건전한 정당이 아니다. 당이 건강하려면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와 하나로 수렴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 처음부터 아무런 목소리를 안 내는 의원은 의원 자격이 없다. 어느 당, 어느 위치에 있든 제 양심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해서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4년 동안 제 목소리를 소신껏 내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에 출마한 무소속 이용호 후보가 15일 선거사무실에서 기뻐하고 있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 당선한 유일한 비(非)민주당 후보다. [사진 이용호 당선인 캠프]

전북 남원·임실·순창에 출마한 무소속 이용호 후보가 15일 선거사무실에서 기뻐하고 있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 당선한 유일한 비(非)민주당 후보다. [사진 이용호 당선인 캠프]

남원·임실·순창=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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