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변 변호사 4명 공무집행방해 무죄, 체포미수는 유죄 확정

중앙일보

입력

2013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중앙포토]

2013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중앙포토]

2013년 서울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사태 관련 집회에서 당시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A씨를 체포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 4명이 체포 미수죄 유죄를 확정받았다. 함께 기소된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당신 체포당할지 몰라” “체포하세요”…그 날 무슨 일이 

사건은 2013년 7월 일어났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관련 집회를 두고 경찰의 금지 통고와 시민단체의 집회 제한 취소 소송이 맞서던 때였다. 법원의 집회 제한 처분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25일 집회는 열렸다. 송모(48) 변호사 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민변) 소속 4명의 변호사는 현장에 있던 경찰과 언쟁을 벌였다. 집회 현장에 나온 경찰들이 플라스틱 폴리스라인을 치우고 집회 장소에 경찰관을 겹겹이 배치한 것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반하는 것이고, 집회 장소를 위법하게 제한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변호사들은 “당신, 조금 있다 현행범으로 체포당할지 몰라”라며 A씨에게 알렸다. A씨는 “체포하세요,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답했다. 변호사들은 “직권남용죄, 집회 방해죄로 체포합니다” 등의 말을 하며 A씨의 팔을 잡거나 등을 밀어 대한문 앞 인도 쪽으로 6~7m가량 끌고 갔다. 여기서 또 언쟁을 벌인 뒤 이들은 15m가량 A씨를 끌고 가다 현장에 있던 국가인권위 조사관 및 경찰관들의 만류로 멈췄다. 송 변호사 등 4명은 체포치상(인정된 죄명은 체포미수) 및 공무집행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체포 미수는 맞지만, 경찰도 집회 자유 침해”

법원은 “형법상 체포죄에서 말하는 ‘체포’는 사람의 신체에 현실적 구속을 가해 자유를 뺏는 행위이고 그 수단과 방법은 불문한다”고 판단했다. 하급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A씨의 팔을 잡아당기거나 등을 밀어 끌고 갔고,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는 등 A씨를 체포하려는 의사가 분명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런 체포 행위가 1분 10초가량 지속했을 뿐이고 A씨를 인근 검찰청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20m밖에 이동하지 못한 점, A씨도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놔둬, 채증해”라며 이들과 실랑이를 벌인 점 등을 근거로 체포죄가 아닌 체포미수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변호사들은 “현행범 체포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변호사들이 경찰관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했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해야 하는데, A씨의 직무 집행에 위법한 점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A씨는 집회신고장소 내에 질서유지선을 설정하고, 확성기로 피고인들의 집회에 간섭하는 등 참가자들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당시 경찰이 만든 질서유지선은 집회 경계선을 표시한 게 아니라 집회 장소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법원은 당시 질서유지선이 집회 장소의 1/3을 차지했다며 이는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 4명의 변호사는 1심에서 각 벌금 150만원~200만원을 받았고, 항소는 기각됐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도 이를 옳다고 보고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