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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가자 차털러간 중학생들…타깃은 사이드미러 열린 차

중앙일보

입력

14세 상습 차털이…10대 금은방 절도 

후사경 접힌 차량을 노린 신종 차량털이. [중앙포토]

후사경 접힌 차량을 노린 신종 차량털이. [중앙포토]

지난달 25일 오전 3시께 광주광역시 서구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 중학생 A군(14)이 친구와 함께 사이드미러(후사경)가 접히지 않은 차량 문을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량 상당수가 문이 열린 상태라는 점을 노린 차털이 현장이었다. A군 등은 때마침 문이 열려있던 차량에 탄 뒤 현금 1000여만 원을 훔쳐 유흥비로 탕진했다.

코로나19 후…'범죄사각' 내몰린 청소년 #광주·전남, 청소년 5대 범죄 79% 급증 #차털이 등 청소년 절도는 140% 늘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청소년들의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4일 “문이 잠기지 않은 차량만 노려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중학생 A군을 구속하고, 공범 B군(14)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군 등은 범행 때마다 2인조·3인조로 나누어 지난 1월 24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3000여만 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다. 이들은 후사경이 접히지 않은 차량을 골라 상습적인 차량털이를 했다. 또 이들은 범행 도중 차량에서 발견한 보조키를 이용해 1500만원 상당의 차를 훔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중학생인 A군 등은 식당이나 PC방 등에서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했다. 이들은 훔친 차를 타고 무면허 운전을 하는가 하면 차털이 과정에서 훔친 신용카드까지 버젓이 사용하기도 했다.

후사경이 접히지 않은 차량만 골라 손잡이를 당겨보고 차량 내 금품을 훔치는 절도범의 모습. [연합뉴스]

후사경이 접히지 않은 차량만 골라 손잡이를 당겨보고 차량 내 금품을 훔치는 절도범의 모습. [연합뉴스]

차털이 중 1500만원짜리 차도 훔쳐

 경찰은 도난사고가 난 주차장 주변의 폐쇄회로TV(CCTV) 등을 분석한 결과 A군 등을 피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이 중 8차례 범행에 모두 가담한 A군이 주범이라고 판단해 피의자 조사를 위한 출석 통보를 했다.

 하지만 소년범 이력이 있는 A군이 출석에 여러 차례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주거지 인근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A군 등이 최근 광주 서구와 광산구 일대에서 발생한 차털이 범행과 관련이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광주에서는 지난 6일 C군(15) 등 15∼17세 청소년 5명이 광산구 한 금은방에서 물건을 구경하는 척하다가 31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C군 등은 운전면허도 없이 렌터카를 몰고 도망쳤다가 경찰에 차례로 붙잡혔다.

 이틀 뒤인 지난 8일에는 D군(18)이 전남 무안군 한 도로에서 문이 열린 차량을 훔쳐 광주까지 무면허 운전을 하다 경찰에 체포되는 등 청소년들의 범행이 잇따르고 있다.

청소년의 차털이 모습 일러스트. [연합뉴스]

청소년의 차털이 모습 일러스트. [연합뉴스]

코로나로 학교 안 가자…범죄율 급증 

 경찰은 코로나19 사태 후 청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광주·전남에서만 청소년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검거 건수가 총 278건에 달해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55건)보다 79%(123건) 급증한 수치여서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들의 등교가 미뤄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차털이를 비롯한 청소년 절도는 지난해 89건에서 올해 209건으로 134%(120건) 늘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후 학교와 가정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며 “학교전담 경찰관의 비대면 계도 활동 등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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