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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화상회의도 끊겼다…550만명 '온라인 등교'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1. 온라인 학습 플랫폼 'e학습터'를 운영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온라인 학습 서비스 강화, 디지털 교과서 상용화 등 교육정보화 사업에 2014년에 136억원을, 지난해에는 5년 전의 3.5배가 넘는 497억원을 썼다. 그러나 이 기관이 서버에 있던 학습 자료를 클라우드로 본격적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부터였다. 지난 6일엔 'e학습터'에 교사들이 올린 수업 자료(강의 계획서, 학습 자료 등) 하루치가 몽땅 삭제되는 사고가 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300만명이 동시 접속이 가능하게 서버를 증설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IT업계에선 교육부의 클라우드 운영 경험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2. 일선 초중고교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개학 장소로 e학습터 외에도 '위두랑', 'EBS 온라인 클래스' 등 국산 플랫폼들을 안내했다. 그러나 이들은 수업 영상을 올리는 데 용량 제한이 있다. 최대 30만 명까지 접속할 수 있다는 EBS 온라인 클래스는 400MB 이하 영상만, e학습터는 300MB 이하, 위두랑은 1GB 이하까지만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구글이 만든 '클래스룸'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만든 '팀즈'는 영상 용량에 제약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전 녹화한 영상을 올려 수업하는 것 이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쌍방향 화상 수업을 하려면 플랫폼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트래픽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의 디지털 교육 인프라가 시험대에 올랐다. 온라인으로 등교할 초·중·고 학생 수는 총 545만명. 먼저 온라인 개학을 한 중3·고3 두 학년만 접속했는데도 EBS 온라인 클래스는 이미 과부하에 빠졌다. 9일, 13일 연이어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보는 강의형 수업이었는데도 접속 오류가 났다. 약 550만명이 전원 온라인 등교를 하는 다음주엔 수업 진행은커녕 접속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부총리)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EBS(한국교육방송공사)를 방문해2단계 온라인 개학을 대비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시스템 개발 및 운용기관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EBS]

유은혜 교육부 장관(부총리)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EBS(한국교육방송공사)를 방문해2단계 온라인 개학을 대비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시스템 개발 및 운용기관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EBS]

전문가들은 "클라우드에서 온라인 수업을 구현하려면 그에 맞는 전략과 대비책이 필요한데 준비가 부족했던 점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지적한다. 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일 17개 시·도 대표 교사들과 화상 회의를 할 때도 수분 동안 통신이 끊기는 사고가 났다.

임규건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정부가 급하게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느라 학교 현장에는 추천 플랫폼이나 사용법 등만 배포하고, 나머진 교사 개인과 기업 역량에 맡겨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수업을 하려면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협력해 현실적 해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실제로 IT 기업, 온라인 교육 업체랑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가 만든 기업용 플랫폼 '딩톡'은 지난 2월부터 일선 학교, 교육 기관에서 더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딩톡을 쓰는 곳은 중국 내 총 14만개 학교, 학생 1억2000만 명이다. 일선 학교들이 먼저 '딩톡', '케탕'(텐센트) 같은 IT플랫폼에 들어가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TAL에듀케이션, VIPKID 등 중국의 대형 온라인교육 업체들도 수십만개 온라인 수업 콘텐트를 무료로 공개했다. 무료 콘텐트로 수강생을 모으려는 목적이 크지만, 공교육 기관과 적극 손잡고 나서기도 한다. VIPKID의 박은영 한국 지사장은 "온라인에서 수업할 준비가 안 된 교사들에게 우리 플랫폼에서 쉽게 수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웬만한 도시들이 10년 전부터 온라인 교육에 대비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온라인 개학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등교'가 장기화 될 경우 안정적으로 수업할 국내 IT 플랫폼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유네스코는 지난달 '원격 교육에 가장 적합한 앱'을 선정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기업·플랫폼 60곳이 뽑혔다. 줌·스카이프·팀즈·딩톡 등 미국·중국 앱들이 대부분이었고 국산 앱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 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온라인 수업을 내실있게 개발하려기 보다는 온라인 수업을 오프라인에 비해 불충분하고 불성실한 수업 형태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선 교육부가 "네이버 라인웍스·구루미·구글 행아웃 등을 사용해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이같은 IT 플랫폼을 활용해 쌍방향 화상 수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일 17개 시·도 대표 교사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할 때도 몇 분 동안 통신이 아예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교육부]

한국에선 교육부가 "네이버 라인웍스·구루미·구글 행아웃 등을 사용해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이같은 IT 플랫폼을 활용해 쌍방향 화상 수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일 17개 시·도 대표 교사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할 때도 몇 분 동안 통신이 아예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교육부]

IT 업계에선 이번 기회에 정부가 클라우드와 디지털 교육 인프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업인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는 "클라우드만 도입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클라우드에 맞는 인프라를 얼마나 잘 구축하고 운영하는지에 따라 대규모 온라인 등교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추고 ▶24시간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클라우드를 확장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선영·김정민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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