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총선은 '출구조사 무덤'···이번엔 사전투표 26%까지 깜깜이

중앙일보

입력

2016 총선 출구조사 발표 순간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당사에서 모여 결과를 지켜보는 양 당 관계자들의 표정이 뚜렷이 갈렸다. 특히 이번 21대 총선은 사전투표 27%의 표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출구조사라 정확도가 조금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앙포토

2016 총선 출구조사 발표 순간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당사에서 모여 결과를 지켜보는 양 당 관계자들의 표정이 뚜렷이 갈렸다. 특히 이번 21대 총선은 사전투표 27%의 표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출구조사라 정확도가 조금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앙포토

선거일 출구조사는 이번엔 정확할까.

선거일 오후 6시, 투표 종료 직후 지상파 3사가 일제히 공개하는 ‘출구조사 발표’ 장면은 선거 당일 ‘당선 확정’ 순간을 빼고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다.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 각 당의 표정을 잡기 위해 기자들이 당사로 몰려드는 이유다.

무용론 커지는 출구조사

방송 3사는 공동 출구조사를 토대로 각자 다른 예상 의석수를 발표한다. ‘최소○석~최대○석’ 범위 지정으로 안전망을 두지만, 그마저 틀리는 경우도 있다. 발전한 여론조사 기법보다 유권자의 특성이 더 다변적으로 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 3번의 총선에서 출구조사 예측은 매번 어긋났다. 2008년 18대 총선은 MB정권 초기 선거라 모두 ‘한나라당 압승’을 예상했고, 출구조사에서 KBS는 한나라당 의석수를 155~178석, MBC는 154~178석, SBS는 162~181석까지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로 한나라당은 153석을 얻는 데 그쳤다. 대신 5~11석이 예상됐던 친박연대가 14석을 얻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12년 19대 총선 출구조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KBS는 새누리당 131~147, 민주통합당 131~147석을 예상했고 MBC는 새누리당 130~153석, 민주통합당 128~148석을 점쳤다. SBS는 새누리당 126석~151석, 민주통합당 128석~150석으로 가장 넓은 범위의 예측치를 내놨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유사한 의석수를 가질 것으로 예측했던 출구조사와 다르게 실제 결과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으로 두 당은 25석 차이가 났다. 넓은 예측범위로도 3사 모두 민주통합당 의석수는 아무도 맞추지 못했고, MBC만 새누리당 의석수를 턱걸이로 겨우 맞췄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출구조사가 계속 어긋나자 2016년 20대 총선에선 아예 출구조사 의석수 범위를 20석 이상으로 넓게 잡았다. KBS는 새누리당 121~143석, 민주당 101~123석, MBC는 새누리당 118~136석, 민주당 107~128석, SBS는 새누리당 123~147석, 민주당 97~120석 등이었다. 실제 결과는 새누리당 122석, 민주당 123석으로 KBS·MBC는 체면 치례는 했지만 사실상 새누리당 승리라는 예측은 비껴갔다.

사전투표도 코로나도 변수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일 서울 중구 명동 투표소 앞에서 출구조사를 진행하는 모습. 올해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대면 조사 응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출구조사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일 서울 중구 명동 투표소 앞에서 출구조사를 진행하는 모습. 올해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대면 조사 응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출구조사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중앙포토

총선 출구조사는 정확도가 낮은 구조를 띨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체 유권자 약 4000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선 출구조사와 달리 지역구별로 쪼개진 유권자만을 한정해 조사하기 때문이다. 김충락 부산대 통계학과 교수는 “표본 크기가 작아지면 정확도‧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역대 최고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이 출구조사의 또다른 변수다. 지난 10일과 11일에 치러진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의 26.7%가 참여했다. 본 투표일 전에 투표가 끝나는 재외투표‧거소투표‧선상투표를 합치면 유권자의 27%가 넘는다. 남은 73%의 유권자가 모두 투표장에 나온다 해도 전체 표의 1/4은 출구조사에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최종 투표율이 지난 20대 총선 투표율 58% 남짓을 기록하면 올해 사전투표는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전체 표에서 적게는 25%, 많게는 50% 정도까지 제외하고 표본을 추출하기에 출구조사 적중률이 더 낮아질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전투표일에 나온 유권자는 표심을 확고하게 정한 사람이 많아 당일 표심과 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앵그리 보터’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다만 서울 한 대학 통계학과 교수는 “1100만명이면 충분히 큰 표본이라 출구조사 대상의 특성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출구조사는 투표소에서 나오는 사람들 중 5명마다 1명씩을 대상으로 투표 정당을 묻는 식으로 진행된다.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5번째 사람이 조사 대상이다. 중앙포토

출구조사는 투표소에서 나오는 사람들 중 5명마다 1명씩을 대상으로 투표 정당을 묻는 식으로 진행된다.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5번째 사람이 조사 대상이다.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출구조사 답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김충락 교수는 “코로나19 우려 때문에 낯선 사람과 1분 가까이 이야기를 하는 상황 자체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출구조사에 응하는 이라면 정치적 견해가 강하기에 표본이 ‘무작위 추출’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