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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MBC의 검언유착 보도, MBC 낀 정언유착 비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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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직 검사장과 채널A 법조팀 기자가 밀착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재소자(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전 대표)를 압박했다는 MBC의 이른바 ‘검언(檢言) 유착 의혹’ 보도가 ‘정언(政言) 유착’ 의혹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채널A 기자 “녹취록 속 음성은 #검사장 아닌 내 지인의 목소리” #제보자 지씨, 친여인사들과 친분 #검찰 내 “선거 앞 전문제보꾼 결탁”

해당 B검사장이 밀착의 근거로 제시된 녹취록상 ‘진술 조건부 가족 선처’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채널A 기자도 “문제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은 B검사장이 아니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이게 사실이라면 MBC는 총선을 앞두고 친문(親文) 성향 지모(55·일명 제보자X)씨의 제보와 가짜 녹취록을 근거로 ‘아니면 말고 식’ 폭로 보도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검찰과 종편업계 등에 따르면 채널A 이모 기자는 최근 사내 진상조사 과정에서 “문제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은 B검사장이 아니고 내 지인이다. 그는 현직 검사가 아닌 법조계 인물로 그의 목소리를 녹음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철씨가 대주주였던 바이오 기업 신라젠의 ‘미공개 주식 활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현 여권 인사들의 연루 여부를 취재하던 중 이철씨의 대리인으로 나선 지씨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B검사장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 그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일 공개된 녹취록에는 지씨가 “직접 그분이 (신라젠 수사를) 컨트롤을 해 주시는 거죠”라고 묻자 이 기자가 “컨트롤이라는 말씀, 좀 위험하다. 자리는 깔아줄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온다. 이와 관련해 채널A 측은 같은 날 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해당 기자의 진술이 검사장이라고 했다가 여러 법조인으로부터 들은 것이라고도 해 녹취록의 상대방을 특정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제보자 지씨의 정치적 성향과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유시민씨 등 친여 인사들과의 친분 관계가 드러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씨는 평소 반윤석열, 친조국 성향을 보여왔다. 여러 친여 매체에서 M&A 전문가로 행세했고 윤 총장 등 검찰 관련 비리를 다수 제보했다.

지씨는 이번 사건을 MBC에 제보한 뒤 페이스북에 “아… 유시민 작가한테는 다음 주에 쏘주 한잔 사달라고 해야겠다”라고 썼다. 황 전 인권국장은 MBC 보도가 나간 이후인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널A와 검찰의 협잡’이라고 규정한 뒤 “제가 그 자료 일체를 제공받았고 이제까지의 상황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 들어 잘 알고 있다”고 적었다.

복수의 법조 관계자는 “제보자X가 황 전 국장한테 이 사건과 관련해 사전과 사후에 긴밀히 상의한 것으로 안다”며 “선거가 임박한 때 전문 제보꾼과 특정 정당 인사가 결탁해 제보하고 언론이 이를 성급히 보도한 건 정언 유착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총선 때 가장 바쁜 자리인데도 요새 윤 총장은 괴롭고 불편해하고 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가뜩이나 조국 수호 vs 윤석열 수호의 총선으로 흘러가는 것도 마뜩잖은데 총선을 앞두고 ‘장모와 사위’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폭로와 아내의 주식 관련 의혹, 최측근 검사장 의혹까지 잇따라 나오면서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콕 찍어 그 자리에 보낸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지난 7일 윤 총장 휴가 중에 대면보고도 없이 “감찰하겠다”고 문자로 통보한 것에 격앙했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꼬리뼈 쪽에 종기가 나서 제거 수술차 휴가를 썼고 수술 후 출근은커녕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대검 참모가 그런 문자를 보내니 화가 날 만도 했을 것”이라며 “며칠 전 여당 대표와 방송인 김어준씨가 ‘총선 음모론’을 거론한 직후엔 느닷없이 검찰총장 전격 사표설까지 돌아 윤 총장이 기막혀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철씨와 제보자 지씨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인데 지씨가 이번 일에 적극 개입했다고 하니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이를 두고 윤 총장 측은 ‘(지씨가) 비둘기 날렸네. 어떻든 수사는 결대로 가면 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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