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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보자, 알고보니 돈 내면 독방 옮겨주는 변호사 브로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지모(55)씨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오른쪽)과 함께 인터넷 방송에 출연했다. 화면 오른쪽 바깥에 앉아 있는 지씨는 영상에 나오지 않았다. [사진 유튜브]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지모(55)씨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오른쪽)과 함께 인터넷 방송에 출연했다. 화면 오른쪽 바깥에 앉아 있는 지씨는 영상에 나오지 않았다. [사진 유튜브]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측근 자격으로 채널A 기자와 접촉하고 MBC에 검찰과 언론의 유착 의혹을 제보했던 지모(55)씨가 수감자들 사이에서 변호사를 이어주는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30억원대 주식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아 수감됐던 지씨는 2016년 “독거실(독방)으로 옮겨주는 변호사가 있다”며 동료 수감자들에게 접근해 판사 출신 김상채(53·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를 연결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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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씨의 알선으로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한 사람 당 1100만원씩을 받고 독방으로 옮겨준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해당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변호사에게 돈을 준 수감자 중에는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씨의 동생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지씨가 이철 전 VIK 대표에게 어떻게 접근했는지 파악하고 있는 대검찰청과 채널A도 이번 판결을 참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석방된 지씨가 2019년 수감된 이철 전 VIK 대표에 먼저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표는 2015년 10월~2016년 4월에도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수감됐는데, 지씨도 이곳에서 2015년 12월부터 수감됐다. 사정당국에서는 외부에서 수감자들에게 편지로 접근해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 브로커를 ‘비둘기’라 부른다.

21대 총선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최강욱(왼쪽부터), 황희석, 조대진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찾아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와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총선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최강욱(왼쪽부터), 황희석, 조대진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찾아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와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씨는 지난 8일 한 팟캐스트 방송에 나와 “돈이 많겠다고 보이는 재소자한테 그런 작업을 가끔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처음에는 (채널A 기자가) 기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 방송에서 “이철 전 대표가 ‘기자를 만나보라’ 한 게 아니고 이 대표한테 ‘제가 한번 만나볼게요’하고 통보하고 만났다”고 말했다.

채널A 기자와 나눈 대화록 공개돼 

지씨와 채널A 기자가 지난 2~3월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도 이날 공개됐다. 유튜브에서 대표적 친문(親文)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다가 최근 반문으로 돌아선 유재일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A4 56페이지 분량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유재일 시사평론가. 최정동 기자

유재일 시사평론가. 최정동 기자

해당 녹취록에서 지씨가 “직접 그분이 (신라젠 수사를) 컨트롤을 해주시는 거죠?”라고 하자 기자는 “컨트롤이라는 말씀, 좀 위험하다”라면서도 “자리는 깔아줄 수 있다”고 답했다. 녹취록에서는 지씨가 먼저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현직 검사장 A씨를 거론하는 장면이 담겼다. 지씨가 “검사장 목소리를 아는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인지에 사실 잘 모른다”고 하자 기자가 “그 사람들도 그렇게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며,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나 어떤 검사장인지 특정해 말하지는 않았다.

또 지씨가 “A(검사장)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기자님이 한번 검색해보라고 하셔서 해주고 나서 그 검색을 해봤다”고 하자 기자는 “자꾸 특정인 언급을 하시는데 A가 됐건 누가됐건 저는 그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도 답했다. 유재일씨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도대체 어떤 부분 때문에 검찰이 감찰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대검 인권부는 해당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동수(사법연수원 24기) 대검 감찰부장이 지난 7일 휴가 중인 윤석열 총장에 문자로 감찰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의견을 냈으나,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를 통한 진상 조사가 먼저라고 판단했다.

김민상‧백희연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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