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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자가격리자 ‘손목밴드’ 착용 우려…인권적 가치 허물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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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연합뉴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연합뉴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으로 자가 격리자에게 전자 손목밴드를 채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자가 격리 기간 중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하려는 정책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손목밴드와 같이 개인의 신체에 직접 부착해 실시간으로 위치정보를 확인하는 수단은 개인의 기본권 제한과 공익과의 균형성, 피해의 최소성 등에 대한 엄격한 검토와 법률적 근거 아래에 최소 범위에서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의 위치가 실시간 모니터링된다는 생각에 외려 검사를 회피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중대본은 자가 격리자 동의를 받아 착용 방안을 논의한다고 했으나 사실상 강제적인 성격이 되거나 형식적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윤태호 중대본 방역총괄과장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다수 국민께서 자가 격리를 잘 지켜주고 있지만 일부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정부 차원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자 손목밴드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그동안 ‘전자팔찌’라고 불렸으나 정부는 현재 ‘손목밴드’라고 부르고 있다. 본래 성범죄 등 재번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제한적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 때문에 무단이탈을 막겠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범죄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반강제적으로 손목밴드를 채우는 것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 자가 격리자용 손목밴드 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역시 ‘코로나19 관련 자료’를 통해 정부의 긴급조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가능한 한 최소 침해적이고 비차별적인 방법으로 적용되어야 하며, 개인 모니터링도 기간과 범위가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코로나19는 우리가 일찍이 겪어본 바 없는 미증유의 위기이나 이는 또한 우리 사회가 지닌 인권과 법치주의의 역량을 확인하는 시험대”라며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이룩한 인권적 가치를 위기 상황을 이유로 허물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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