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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언택트 시대’의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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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애란
한애란 기자 중앙일보 앤츠랩 팀장
한애란 금융팀장

한애란 금융팀장

코로나19 이전 일이다. 반도체 설계 연구원, 그림책 작가, 간호사,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들과 만났다. ‘인공지능(AI)은 우리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반도체 설계 연구원은 “AI가 언젠가는 대체할지 모르지만 아직은 인간을 쓰는 게 더 저렴할 걸”이란 반응이었다. 그림책 작가는 “AI가 그린 그림을 봤는데, 정말 잘 그렸을 뿐 아니라 창의적이기까지 해”라며 좌절했다. 간호사는 “AI가 발달해도 환자들은 인간 간호사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초등 교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교사는 절대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지가 궁금했다. 이미 사교육 시장은 온라인 강의가 태반인데?

그는 “설사 수업내용을 온라인 강의로 틀어주더라도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게 만드는 역할은 사람이 아니면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AI가 교사 업무의 일부를 대체할 지는 몰라도 결국 학생을 지도하는 건 인간인 교사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그때만 해도 정말 그럴까, 반신반의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 개학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온라인 개학까지 코앞에 둔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 그렇다. 교사를 포함한 공교육 시스템은 너무나도 필요하다.

지식 전수나 민주시민 육성 같은 거창한 목적 때문이 아니다. 그저 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잘 맡아줄 거란 믿음을 가지고 부모들이 일터로 향하는 평범한 일상을 유지되기 위해서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 가급적이면 믿을 만한 자격증을 보유한 교사가 학교엔 꼭 있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많이 바꿔놓을 거란 전망이 이어진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언택트(Untact)’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어느 정도의 ‘거리두기’가 미덕으로 남을 수 있단 이야기는 설득력 있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언택트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점도 코로나19가 일깨워줬다. 공교육의 소중함 같은 건 잊어버리고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다고 불평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애란 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