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태성 진전증(essential tremor)

중앙일보

입력

진전(tremor)라 함은 쉽게 이야기 해서 다소 규칙적이면서 리드미컬하게 떨리는 증세를 이야기 합니다.

본태성 진전증은 action tremor or postural tremor를 보이는 대표적인 병입니다. action tremor or postural tremor라 함은 움직이는 동안(throughout active movement)이나, 또는 컵을 잡고 있을 때나 "앞으로 나란히" 등과 같이 어떤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때(during posturing)에 심해지는 형태의 진전증을 말합니다. 이와 반대로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during rest)에 심해지는 진전증을 resting tremor라고 하며, 이는 파킨슨씨병에서 흔하게 나타납니다.

본태성 진전증에 대한 설명을 하기 전에 이와 유사하게 action tremor or postural tremor를 보이는 한 가지 다른 진전증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겠습니다.

1. Enhanced physiologic tremor (생리적 진전증)

사람은 누구나 어떤 자세를 취할 때나 움직일 때에 약간의 떨림이 있습니다. 다만 그 정도가 미세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별로 띄지 않을 뿐입니다. 이러한 떨림, 진전을 생리적 진전(physiologic tremor)라고 합니다. 일종의 생리적인 현상이지요. 그런데 때때로 이러한 생리적 진전이 과장되어 나타나서 육안으로 관찰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을 Enhanced physiologic tremor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심한 공포나 불안을 느낄 때, 아주 배고플 때, 술을 마시고 깨어날 때, 수면제를 먹고 깨어날 때, 심한 운동을 하게 될 때, 심한 긴장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그리고 여러 가지 신체적인 질환이 있을 때(갑상선기능 항진증, 저혈당증 등등)의 경우에서 흔하게 손이 떨린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대부분 이런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생리적 진전이 과장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진전을 Enhanced physiologic tremor라고 합니다. 진전의 양상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이 글의 모두에서 말한 것처럼 action or postural tremor의 양상을 보이면서, 진전의 frequency(진동수)는 8-12Hz(1초에 8-12회의 떨림)으로 빠르고 미세한 떨림을 보입니다.

이러한 진전증은 근본적으로 생리적인 현상이므로 특별히 치료하거나 문제시 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신체적인 질환이 있는 경우(대표적인 경우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이러한 신체적인 질환은 진전과 관계없이 적절히 치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말이겠지요.

2. 본태성 진전증 (Essential tremor)

본태성 진전증은 일종의 유전적 병입니다. 상염색체 우성 유전(autosomal dominant inheritance)으로 유전되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면 가족 중에 진전증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본태성 진전증을 가족성 진전증(familial tremor)라고도 합니다.

진전의 양상을 보면 생리적 진전증과 흡사합니다. 역시 action or postural tremor의 양상을 보이고, 대부분의 경우 frequency(진동수)가 4-6Hz(초당 4-6회의 떨림)으로 생리적 진전증보다는 약간 느리고 더 거칩니다(생리적 진전증 보다는 덜 미세합니다). 그러나 진전의 양상만으로는 쉽게 생리적 진전과 구별할 수가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진전의 양상은 frequency(진동수)가 감소하면서 진폭(amplitude)은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전은 양쪽 사지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시 시작하지만, 약 10-15%에서는 오른쪽(오른손잡이의 경우)에서 먼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시간이 지나면서 양측 사지에 비슷한 정도의 진전을 보이게 됩니다. 따라서 한쪽 팔이나 다리에만 비대칭적으로 심한 진전증이 있다면 본태성 진전증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많습니다. 진전은 상지에만 국한되어 나타날 수도 있고, 머리에도 진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머리에 진전이 있을 때에는 머리를 앞뒤로 끄덕거리는 식으로 떨림이 있든가 좌우로 끄덕거리는 식의 떨림으로 나타납니다. 진전이 심한 경우에는 턱, 입술, 혀, 그리고 성대에까지 진전이 나타납니다. 성대에 진전이 나타나는 경우는 소리를 낼 때 떨리는 소리를 내게 됩니다.

이러한 진전은 어린이 연령에서부터 나타날 수도 있으나, 보통 젊은 성인 연령에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또한 장년 내지는 노년의 연령에서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 예전에는 이를 노인성 진전증(senile tremor)이라고도 하였지만, 실은 본태성 진전증과 같은 병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자나 여자나 비슷한 비율로 발병하며, (서구의 통계입니다만) 인구 10만 명당 415명 정도에서 본태성 진전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우리나라에 약 15만 명 이상의 본태성 진전증 환자가 있으리라고 예상할 수가 있습니다.

본태성 진전의 치료는 개인마다 다릅니다. 즉 그 정도가 아주 경미하여 일상생활이나 직업에 지장이 없다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직업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진전이 있다면, 진전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약물치료를 하게 됩니다. 이때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약물은 혈압약으로 쓰이는 Inderal(Propranolol)이라고 하는 약이며, 이것에 효과가 충분치 않을 때에는 항경련제로도 쓰이는 primidone이라는 약을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진전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드믈게 수술적인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로 진전을 완전히 감소시키기는 힘듭니다. 또한 약물을 끊게 되면 다시 진전이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거나 직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진전이 심하다면, 미세한 손작업을 해야하는 직업은 선택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글:신경과 전문의 이주헌 & 남병극)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