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공인 암호화폐 나올까…한은, 디지털화폐 파일럿 테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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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준비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비접촉 결제가 급증하고, 현금 사용이 급감하는 흐름을 반영한 조치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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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6일 CBDC 파일럿(pilot) 테스트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CBDC는 지준예치금, 결제성 예금과는 별도로 전자적 형태를 가진 중앙은행 발행 화폐다.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기술 등을 이용해 전자적 형태로 저장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암호화폐와 유사하다. 보통의 암호화폐는 민간이 개발하고 관리하는 반면, CBDC는 중앙은행이 통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폐나 동전처럼 1000원 혹은 1만원 같은 액면 가격이 정해져 있고, 법정 화폐로 효력이 있다는 점 또한 다르다.

최근 온라인 쇼핑 등에서 디지털 결제 사용이 급증하면서 현금의 기능과 역할은 과거보다 많이 축소됐다. 돈을 찍고, 공급하는 각국 중앙은행이 CBDC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비접촉 결제가 크게 늘면서 도입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독일의 경우 전체 카드 사용액 중 비대면 결제 비중이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15%포인트나 급증해 50%를 넘어섰다.

액면 가격 정해져 있고, 중앙은행이 통제…암호화폐와는 달라

한은 관계자는 “현재 에콰도르·우루과이 등이 CBDC 시범 발행을 추진 중인데 스웨덴과 중국처럼 현금 이용이 급격히 감소한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가까운 장래에 CBDC 발행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미국이나 일본 등도 관련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한은 입장에서도 CBDC 발행 필요성과는 별도로 당장 대내외 지급 결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상황인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여전히 존재하는 현금 수요, 경쟁적 지급서비스 시장, 높은 금융포용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가까운 시일 내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대내외 여건이 크게 변화할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검토 기간은 내년 12월까지 총 22개월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한은은 지난 2월 금융결제국 내에 디지털화폐연구팀을 신설했다. 기술 및 법률 검토를 위해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법률자문단을 운영하고, 한은 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할 계획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 택배가 수북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 택배가 수북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일단 한은은 국내 지급결제 환경,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CBDC 시스템의 운영 방식과 기능, 기술 요건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블록체인을 비롯해 CBDC를 구현할 관련 기술을 분석하는 단계다. 이를 통해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정 기간 시스템의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분석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CBDC 도입 시 예상되는 법적 이슈도 점검해야 한다”며 “한국은행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 필요성을 검토해 구체적인 개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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