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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연기 대학생들 "자취방 월세만 날려"…집주인도 울상

중앙일보

입력

서울 경희대학교 인근 원룸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경희대학교 인근 원룸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입주도 안 했는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관리비 7만원까지 매달 내고 있어요.”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 A씨는 지난 2월 학교 근처 자취방에 1년 계약을 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강이 계속 연기되더니 결국 지금까지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있다.

본가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기 때문에 자취방은 텅 비었지만 매달 57만원을 부치고 있다. A씨는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자리도 많지 않아서 모아둔 돈으로 월세를 내고 있다”며 “집 주인에게 월세를 깎아줄 수 없냐고 물었지만 안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오프라인 개강을 연기하고 온라인 강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학생들의 주거 불안이 큰 문제로 떠올랐다.

3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대학가 수업 침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 6261명 중 1920명(30.7%)이 개강 연기에 따른 피해로 '주거 불안'을 꼽았다. 불필요한 월세를 내야 하거나 기숙사 입사 날짜 조정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개강 미뤄져도 방 빼기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하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주민 게시판에 원룸 및 하숙집 공고가 없어 썰렁하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하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주민 게시판에 원룸 및 하숙집 공고가 없어 썰렁하다. 뉴스1

개강이 미뤄졌지만, 학생들은 무작정 월세 계약을 파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A씨는 “학교가 언제 문을 열지 모르고 2학기에도 다녀야 하는데 계약을 취소하면 앞으로 살 곳이 불확실해진다”고 말했다. 보통 자취방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빈방을 쥐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취방 임대업자들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입주자가 잘 안 들어온다. 예전 공실률이 15% 정도였다면 지금은 2~3배 빈방이 늘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학생 입주자는 없고 이탈만 많아 보증금을 주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런 집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방을 옮기려고 해도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성균관대 학생 양 모(23) 씨는 지난해 계약한 자취방을 빼고 학교에서 더 가까운 곳으로 옮기려 했다. 그런데 방을 나온 지 한 달이 넘도록 보증금 6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양 씨는 “새 방을 구하려면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임대인이 파산 직전이라며 버는 대로 돌려주겠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양 씨는 임대인이 운영하는 다른 원룸에 들어가 보증금에서 월세를 빼는 ‘보증금 깎아 먹기’로 지낼 생각이다.

기숙사 입주 연기…환불 요구도

3월 개강특수 없이 조용한 대학가. 뉴스1

3월 개강특수 없이 조용한 대학가. 뉴스1

오프라인 개강이 연기됨에 따라 대부분 대학 기숙사 입주일도 미뤄지고 있다. 학생들의 기숙사비 환불 요구가 빗발치면서 대학 중에는 이미 기숙사비를 납부한 경우 입주가 늦어진 만큼 환불해주겠다는 곳도 있다.

그러나 아직 환불에 대한 지침을 정하지 않아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대학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 학생은 “개강 연기하고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미 낸 돈이 아까워서 기숙사에 들어가야 할 판”이라며 “환불 요구를 해도 학교에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답변뿐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입사하지 않은 기간 환불에 대해 "코로나19가 어떻게 번질지 모르고 온라인 강의가 얼마나 이어질지 몰라 아직은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도 마땅치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청년 주거 불안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규제하기 위한 마땅한 법적 근거도 없고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지원책도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양인성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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