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쓰러진 휘성 옆엔 약통 5개···직전 은행 ATM 4번 드나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휘성의 2014년 모습. 일간스포츠

휘성의 2014년 모습. 일간스포츠

지난달 31일 오후 8시20분 서울 장지동의 한 상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함모씨는 손님에게 "사람이 화장실에 쓰러져있다"는 말을 들었다. 함씨가 화장실에 가보니 한 남자가 화장실 한켠에 몸을 구긴 채 쓰러져 있었다. 함씨는 "휘성과 아주 닮은 사람이 추운 듯이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며 "'누구와 같이 왔냐' '괜찮냐'는 질문에 '네'라는 질문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슈추적

함씨에 따르면 당시 휘성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머리맡에는 한 뼘 정도 길이의 주사기와 5cm 크기의 하얀색 약통이 놓여있었다. 바닥에는 약간의 피를 흘린 자국도 있었다.

함씨는 "발목에 피 묻은 작은 상처 부위가 보였다"며 "옆에 있던 검은색 봉투에는 주사기 3개와 약통 4개가 더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괜찮다'며 피를 닦으며 나가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함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과 경찰관은 한 시간 동안 휘성이 의식을 차릴 때까지 기다린 뒤 그를 경찰서로 데려갔다.

경찰은 휘성에 대해 마약검사를 진행한 뒤 음성 판정을 확인하고 집으로 보냈다. 현장에서 발견된 약물은 마약류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처방 없이 구하면 불법" 

이날 현장에서 발견된 약품통에는 '에토미데이트'라는 라벨이 붙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휘성이 투약한 게 에토미데이트가 맞는지, 이 약품을 어떻게 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캡처]

[사진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캡처]

연준흠 마취통증학과 전문의는 "해당 약품은 의사가 수술실에서 마취하는 과정에서만 처방할 수 있다"며 "개인이 5개나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만약 이 전문의약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했다면 그건 불법이다"며 "그 약은 사용량이 많아지면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인 부신 기능이 억제돼 한 번에 1병 이상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 전문의는 또 "구하기 어려워진 프로포폴을 대신해 쓰이기도 하는 약품으로 알려져있다"면서도 "아직 중독성 연구는 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의료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휘성에게 적용할 혐의가 있는지 판단할 계획이다.

마약 수사 받는 휘성

휘성은 현재 경찰에서 마약 구입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2월 마약 첩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휘성씨가 마약류를 구매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는 휘성이 공연을 하러 경북 지역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휘성은 군복무시절에도 마약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휘성이 군 복무를 하고 있던 2013년 군 검찰은 휘성이 동대문의 신경정신과와 강남의 성형외과 등 병원 3곳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를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이후 육군본부 보통검찰부는 휘성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한 상가건물 앞. 편광현 기자

서울 송파구 장지동 한 상가건물 앞. 편광현 기자

경찰은 사고가 난 상가 주변 CCTV 자료를 확보해 당시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사고 시간 이전 보라색 모자에 흰색 점퍼를 입은 남성이 상가를 드나들었는데 경찰은 그를 휘성으로 잠정 파악한 상태다. 이 남성은 검은색 비닐 봉투를 들고 있었는데, 경찰은 이것이 사고 현장에서 발견한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가 사고 직전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 점포를 4차례 드나든 점과 이번 사고와의 연관성이 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수사하는 중"이라며 "만약 그 내용물이 라벨과 같은 것이라면, 그걸 입수한 경위가 어떻게 되느냐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