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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이혼소송 전처 vs 사실혼 아내···유족연금 누가 받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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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93)

안녕하세요. 예전에 저의 언니와 비슷한 사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언니는 직업군인으로 전국을 떠돌던 형부와 만나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았습니다. 처음에 언니가 교제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을 때는 당연히 총각으로 알았어요. 나중에 상견례를 앞두고는 언니가 이혼한 사람이라고 해 조금 섭섭했지만 언니가 좋다면야 하면서 잘 살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런데 형부는 호적상 유부남이었습니다. 결혼하고 3년도 되지 않아 남처럼 살아왔고 그 사람과 사이에는 자식도 없다고 하지만, 언니가 정식 부인이 아니라는 생각에 엄청 속상했습니다.

저희 언니는 형부와 만나 오랜 세월을 함께했지만, 법적 부부는 아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형부가 사망하게 되었는데, 법률상으로 유족 연금을 받을 수 없을까요. [사진 Pixabay]

저희 언니는 형부와 만나 오랜 세월을 함께했지만, 법적 부부는 아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형부가 사망하게 되었는데, 법률상으로 유족 연금을 받을 수 없을까요. [사진 Pixabay]

언니는 자식도 두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형부와 혼인신고를 한 후에 아이를 갖겠다고 하면서 미루었어요. 그 후 형부가 제기한 이혼소송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로 계속 기각되자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가지려고 했는데 임신이 어려웠어요. 제가 언니에게 병원에 열심히 가보라고 말하면 언니는 그저 웃고 말더군요.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남편의 아이를 가지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나 봐요.

자격지심 때문이었는지 언니는 시댁에 잘했어요. 시부모를 비롯한 형부 친척들이 모두 좋아했으니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렇게 남편과 시댁에 잘하면서 살았는데 형부가 갑자기 사망했어요. 퇴직 후에도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언니가 약해서 걱정이었는데 말이죠. 형부가 그렇게 사망하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중 하나가 유족연금이에요. 형부 형제들도 모두 언니가 유족연금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법률상 처로 되어 있는 그 사람이 유족연금을 받을 수도 있다니 걱정이 됩니다.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예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사례자의 언니처럼 법률혼 관계가 이미 성립한 후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보호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이 된 상태 즉, 이혼 의사의 합치가 있었는데도 형식상의 절차미비 등으로 법률혼이 남아 있는 경우라면 사실상 배우자를 법률혼 배우자에 우선해 유족연금을 수급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사례자의 경우 형부의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12년간 법률상 배우자와 별거하면서 이혼절차를 진행하던 중에 사망했으나 사실혼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자 사실혼 배우자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부지급결정처분 취소소송(2019구합66385)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게 연금수급권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판결을 한 같은 재판부가 46년간 동거하며 3명의 자녀를 둔 사실혼 배우자(법률상 배우자와 46년간 별거했겠죠)에게는 유족연금수급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사망한 공무원이 생전에 법률상 배우자와 이혼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즉, “망인과 그의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 이혼 의사가 합치되는 등 법률상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되기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사례자는 일단 형부의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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