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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금리 0.5%P나 내렸는데, 주담대 금리는 올랐다···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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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컷’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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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6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자 시장에선 곧 대출금리도 따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 5곳의 혼합형(고정금리 5년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달 중순과 비교해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기준 이들 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31~3.81%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 직전인 지난 달 13일에 2.12~3.62%였던 것과 비교하면 0.19%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별 오름폭은 신한은행 0.28%포인트, 국민은행 0.19%, 우리·농협은행 0.18%포인트, 농협은행 0.18%포인트, 하나은행 0.16%포인트이다.

대출금리가 오른 건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는 채권시장 영향이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금융채 금리에 연동한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발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융채까지 팔아 현금 마련에 나서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수익률)는 오른다. 지난 달 13일 금융채(AAA 등급) 5년물 금리는 1.535%였지만, 31일에는 1.559%로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채 금리가 오르면서 지난주에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3%포인트 이상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단, 일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소폭 떨어졌다. 변동형 금리는 은행연합회가 시중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취합해 매달 산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되는데, 지난 달 코픽스가 일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달 13일 2.75~4.25%에서 1일 2.64~4.14%로 내렸다.

예‧적금 금리는 발빠르게 내리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 주요 예금상품의 1년 만기 금리는 0%대까지 내려갔다. 국민은행은 지난 달 24일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1.15%에서 0.90%로 내렸고, 하나은행은 1일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1.15%에서 0.65%로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일부 은행에선 0%대 적금 상품도 나왔다. 이 때문에 온라인 소비자 커뮤니티 등에선 “기준금리와 예‧적금 금리는 내렸는데 대체 대출금리는 언제 내리느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은행채 수요가 급감한 데다,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에 나서면서 은행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저금리 특별대출을 4조6000억원 규모로 제공하고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들이 채권을 많이 발행하고 있지만 수요는 크게 늘지 않아 은행채 금리는 당분간 소폭 더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소상공인의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 연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에 가산금리 수준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수요가 늘면서 연체에 대한 우려도 커진 만큼 가산금리를 과거와 똑같이 책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기준금리 하락폭이 큰 만큼 상반기가 지나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대출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이달부터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채권 매입에 나서기로 한 것 역시 은행채 시장엔 호재가 될 수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자금조달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당장은 아니지만 은행채 금리와 이에 연동된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서서히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 금융 불안이 다소 진정되면 전반적 금리 수준이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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