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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망 나온 날···대만 장관은 울었고 한국은 언급도 안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1일 코로나19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에서 입원 중인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지난달 21일 코로나19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에서 입원 중인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162명.’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숫자다. 지난달 19일 경북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60대 남성 확진자를 시작으로 하루 평균 3.95명이 숨졌다.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피해를 이미 넘어섰다. 어느새 치명률(치사율)은 1.7%까지 올랐다.

3월 중 사망자 0명인 날은 하루 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1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162명이다. 최근 3일간만 해도 18명이 숨을 거뒀다. 국내 첫 사망자는 지난달 20일 경북 청도대남병원에 입원해 있던 A씨(62)였다. 이후 하루가 멀다고 부고가 울린다. 이달 들어 사망자가 ‘0명’인 날은 지난 15일 하루가 유일했다. 23일 하루 동안에는 9명의 희생자가 쏟아졌다.

코로나19 확진자 연령별 분포.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연령별 분포. 그래픽=신재민 기자

80대 환자 치명률은 18.6% 치솟아 

여전히 상황은 심각하다. 코로나 19 중증 이상 환자가 74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중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받는 위중 환자는 51명이나 된다. 상당수가 70대·80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80대 이상의 치명률은 18.6%까지 치솟는다. 전체 국내 평균(1.7%)의 10배가량이다. 70대 환자의 치명률도 7.1%로 상당히 높다. 고령의 중증·위증 환자는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적신호’다.

정부는 매일 정례 브리핑에서 “OO일 사망한 환자분들과 유가족분들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첫 사망 때 언급조차 안했다

국내 코로나19 첫 사망 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날은 지난달 20일이다. 이튿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예정한 브리핑을 열었다. 당시 발표자로 박능후 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섰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사망자에 대한 언급조차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대구·경북지역의 방역대책 등만이 주로 다뤄졌다.

자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오자 국민 앞에 눈물로 사죄한 대만의 천스중(陳時中) 위생복리부(한국의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환자 이송하는 의료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환자 이송하는 의료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병원 전전한 사망자 때도 마찬가지 

사망자가 5명으로 늘어난 이틀 뒤도 같았다. 이날 브리핑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중수본회의 내용 등을 전달하고 설명하는 자리였다. 당시 브리핑 속기록을 보면, 박 본부장은 “2월 23일 16시 현재 (중략) 5명이 사망했습니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코로나19 ‘사망’을 언급한 것은 이게 전부다.

5명 사망 환자 중 한 명에는 B씨(54·여)가 포함돼 있었다. 그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지난달 21일 숨을 거뒀다. 폐렴이 상당히 진행한 중증이었지만 음압병상 부족에 구급차로 80㎞가량 떨어진 부산대 병원까지 옮겨져야 했다. 이송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진 경우다.

다만 전날(지난달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B씨에 대한 유감 표명이 이뤄졌을 뿐이다. 질의응답 때 “저희도 정말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정은경 본부장)였다.

정세균 국무총리.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 뉴스1

담화문엔 정부노력·외신평가 담아 

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세균 총리는 두 차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 이달 21일이다. 역시 코로나19로 숨진 환자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는 기저질환(지병)이 있는 환자나 어르신 등 건강 취약계층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다”(2월 22일 담화문),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중략) 우수한 의료체계에 대해 외국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3월 21일 담화문) 등 ‘정부 노력’과 ‘외신 평가’는 녹여 넣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3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의 대응이 좋은 평가를 받고 사태가 서서히 진정돼가지만, 확실한 안정 단계로 들어서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망자를 줄이는 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다중시설을 통한 집단 감염을 막는 데 방역 당국의 역량을 집중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 진료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격리병동에서 마지막 의료봉사를 마친 뒤 보호복을 벗은 모습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 진료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격리병동에서 마지막 의료봉사를 마친 뒤 보호복을 벗은 모습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뉴스1

안철수 "사망자에게 조의 표해야"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 의료봉사를 마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사망자가 2015년 메스르 때의 4배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다. 실제 메르스 사망자는 38명이다. 정부·여당이 선거 전략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자화자찬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했다.

안 대표는 “제대로 된 정부·여당이라면 먼저 사망자에게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부터 드리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말대로 책임있는 당국자 어느 누구도 162명의 사망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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