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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란촉진제 많이 쓰다보니…쌍둥이 출산 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쌍둥이 출산이 늘고 있다.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김은성 (金銀星) 교수팀이 이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여성 7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쌍둥이 출산비율이 85년 1.28%에서 98년 2.41%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차병원 등 다른 불임전문병원도 비슷하다.
특정병원이 아닌 일반인구에 대한 쌍둥이 출산통계는 아직 없다.
그러나 쌍둥이 출산의 급증은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다.
미질병예방통제센터 (CDC)에 따르면 80년 미국 여성의 출산 1천건당 쌍둥이 탄생비율이 18.9명이었으나 94년엔 24.6명으로 30%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원인은 난소를 자극해 난자를 나오게 하는 배란촉진제. 98년 여덟 쌍둥이를 낳아 기네스북에 오른 미국여성도 배란촉진제를 과용한 탓으로 밝혀진 바 있다.

金교수는 "불임치료를 위한 시험관 아기시술을 받거나 서너달에 한번 정도로 생리가 불규칙한 것을 치료하느라 배란촉진제를 사용하면 난소에서 한꺼번에 여러 개의 난자가 나와 쌍둥이 탄생을 부추긴다" 고 설명했다.
시험관 아기시술 때 배란촉진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한세열 (韓世烈) 부소장은 "보통 4개의 수정란을 동시에 자궁 속에 넣기 때문에 최대 네쌍둥이까지 가능하다" 고 밝혔다.
임신에 성공할 경우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25%.우리 나라에서 매년 5천여 건의 시험관 아기시술이 이뤄지며 이중 2천여 명이 임신에 성공하므로 5백여 명의 새로운 쌍둥이가 태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쌍둥이는 산모는 물론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도 불리하다.
金교수는 "쌍둥이는 조산과 자궁 내 발육부전 등 임신 중 합병증이 5배, 기형아출산율도 2배나 높으며 산모에게도 빈혈.임신성 당뇨.임신성 고혈압이 훨씬 많이 발생한다" 고 지적했다.

세쌍둥이, 네쌍둥이로 갈수록 위험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태아를 가려 유산하기도 한다는 것. 따라서 시험관 아기시술을 받았거나 생리불순으로 배란촉진제를 복용한 여성은 임신 12주 무렵 초음파검사를 통해 쌍둥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쌍둥이일 경우 산모는 산전진단을 철저히 하고 철분제 복용도 두배로 늘이는 한편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흔히 알고 있는 쌍둥이는 한개의 난자에서 비롯된 일란성 쌍둥이. 유전자가 같으므로 혈액형과 생김새는 물론 각종 질병이 발생할 확률도 비슷하다.
지문과 귀 모양, 손금은 예외. 일란성 쌍둥이를 잘 관찰하면 특정질환이 유전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일란성 쌍둥이를 통해 정신분열증.카페인중독증.당뇨 등 질환과 키와 골격 등 생김새는 유전되지만 지능지수와 파킨슨씨병 등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일란성 쌍둥이가 생활환경마저 같으면 믿기 어려운 결과까지 낳는다.
95년 호주에선 61년 동안 독신으로 같이 살아온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불과 1분 차이로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까지 있었을 정도. 그러나 생김새가 전혀 다른 이란성 쌍둥이는 서로 다른 난자에서 태어나 유전자가 전혀 다르다.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아기는 대부분 이란성 쌍둥이. 각각 독립된 태반을 갖고 있어 하나의 태반을 둘이 나눠 써야하는 일란성 쌍둥이보다 기형아나 조산아출산율이 훨씬 적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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