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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그림책 밖으로 나온 그림들…상상력 펼치는 장이 되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중앙일보

입력

그림책 밖으로 나온 그림들…상상력 펼치는 장이 되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를 찾은 오은교(왼쪽)·김리나 학생모델이 다채로운 일러스트를 보며 위안과 자극을 받는 시간을 보냈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를 찾은 오은교(왼쪽)·김리나 학생모델이 다채로운 일러스트를 보며 위안과 자극을 받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책은 아마도 그림책일 겁니다. 다양한 그림과 따뜻한 이야기는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죠.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던 그림책들이 최근엔 어른들에게 다시 주목을 받으며 그림책 보기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에서는 그림책을 장식하는 원화를 실제로 볼 수 있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미술과 전시 관람을 좋아하는 김리나‧오은교 학생모델도 전시가 열리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종이와 스탬프가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스탬프 도장들을 체험지에 찍고 아트샵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아가세요!’ 오은교 학생모델이 “도장 다 찍을 거예요!”라고 말하며 선물을 받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죠. 김리나 학생모델은 “볼로냐라는 도시는 어떤 도시인가요?”라고 질문했어요. 안수민 전시해설가가 “이탈리아 중북부, 피렌체‧밀라노‧베네치아 세 도시 중간쯤에 있고, 뚱보의 도시‧부유한 도시‧현자의 도시 등 굉장히 다양한 별명들을 가지고 있죠”라고 설명했어요. 뚱보의 도시는 볼로냐의 기름진 음식을 빗댄 별명으로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하다고 해요. 한국에서 일반적인 스파게티로 알려진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볼로네제 파스타가 볼로냐에서 탄생한 음식이죠. 젤라또 대학이 있을 정도로 젤라또 맛도 세계 최고를 자랑합니다. 이 밖에도 페라리‧람보르기니‧마세라티 등의 명품 자동차들의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5순위 안에 들 정도로 잘 사는 지역이라고 해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 대학도 있는 곳입니다.

안수민(왼쪽) 전시해설가가 원화에 대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설명하고 있다.

안수민(왼쪽) 전시해설가가 원화에 대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문학 박람회인 ‘볼로냐 아동 도서전’이 매년 개최되는 도시라는 거죠. 그 행사의 일환인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1967년부터 시작됐으며, 2019년에 53회를 맞은 역사적인 전시죠.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삽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매해 세계 80여 개국에서 3000여 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이 전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요.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을 통해 최종 70여 명의 작가들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하고 작품 전시 기회를 제공하죠. 볼로냐를 시작으로 일본‧한국의 서울을 거쳐 중국까지 월드투어로 전시될 예정이라고 해요. 월드투어에 정식으로 포함돼 서울에서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은교 학생모델이 “심사위원은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고 평가하나요?”라고 궁금해했죠. “매년 다섯 분의 심사위원이 선정돼요. 작가의 이름이나 제목도 모르고, 일러스트 이미지로만 심사하죠. 다섯 분의 심사 기준이 다 다른데 작품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작가들만의 개성이 담겨 있는지, 교훈을 줄 수 있는 이미지가 보이는지 등을 보면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정하고 있어요.”

첫 번째 통로에는 2018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 수상자인 벤디 버닉의 그림들이 벽면 한가득 전시되어 있다.

첫 번째 통로에는 2018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 수상자인 벤디 버닉의 그림들이 벽면 한가득 전시되어 있다.

전시의 첫 번째 통로에는 2018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 수상자인 벤디 버닉의 그림들이 벽면 한가득 전시되어 있었어요. “SM파운데이션 상 혹은 국제 일러스트 상이라고 부르는데요. 35세 미만의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중 가장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수여하고 있죠. 그림책 개발 작업으로 1만5000달러의 상금을 지급하는데 대략 1700만원의 굉장히 큰돈입니다.” 이렇게 제작된 그림책의 원본 일러스트는 다음해 특별전을 통해 소개되는 거죠. 크로아티아 출신의 벤디 버닉은 2019년『동물원』이라는 책을 출판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5명의 어린 남매들이 그들의 반려동물을 야생동물로 만들고 놀기 위해 동물원을 만들기로 결심하는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 펼쳐집니다. 김리나 학생모델이 “그림체가 굉장히 특이해요”라고 말했죠. 아크릴‧수채화‧색연필 등 다양한 혼합 재료를 사용한 게 독특했고, 그림 곳곳에는 낙서가 보였죠. 색깔을 테스트한 흔적과 글씨들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전시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2019년에 선정된 76명의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은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동물 이야기와 자연 섹션이다.

2019년에 선정된 76명의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은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동물 이야기와 자연 섹션이다.

화려하게 그려진 미로들이 그리스의 신화와 문화를 소개하는 ‘아리아드네의 실, 신화와 미로'. ⓒ Jan_Bajtlik

화려하게 그려진 미로들이 그리스의 신화와 문화를 소개하는 ‘아리아드네의 실, 신화와 미로'. ⓒ Jan_Bajtlik

2019년에 선정된 76명의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은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었어요. 첫 번째인 옛날 옛적에(Once upon a time)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얀 베이직의 작품이었죠.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선보였는데요. ‘아리아드네의 실, 신화의 미로’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문화를 재해석했습니다.” 두 번째 공간, 상상(Imagine)에서는 초자연적인 소재나 대상을 다룬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었죠. 유탱 작가의 ‘알 수 없는 것에 용감하게 도전하세요’에는 작은 강아지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어릴 적 모습, 항상 호기심을 가진 젊은이를 나타낸다고 했죠.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적 세운 꿈이나 목표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작가는 강아지처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항상 용감하게 도전하라는 의미로 그림을 제작했다고 해요.

‘모모와 토토’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방법, 색깔이 어우러져 만드는 세상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 KIM_SEULKEE(김슬기)

‘모모와 토토’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방법, 색깔이 어우러져 만드는 세상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 KIM_SEULKEE(김슬기)

동물 이야기(Animal story)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섹션입니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소재인 그림책이 늘어나는데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동물을 통해 또 다른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김리나 학생모델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도 꼽은 한국 작가 김슬기의 ‘모모와 토토’는 적극적인 원숭이 모모와 소극적인 토끼 토토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방법, 색깔이 어우러져 만드는 세상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죠. 자연(Nature) 섹션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하는 관계, 환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일본 작가 무초 마나카의 ‘산’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원전 사고와 관련된 작품이에요. “인간들은 자연재해가 생기면 도망치기 바쁘고 상처를 극복해내는 것은 오로지 자연의 몫이었다는 것을 담고 있죠.”

마지막 공간은 삶(Life) 섹션인데요.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내용들로 채워진 작품을 선보이고 있었죠. 오은교 학생모델이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꼽은 홀만 왕의 ‘잘했어, 아빠!’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인데요. 그림이 아니라 펠트 작업으로 이루어진 게 인상적입니다. “부드러운 섬유 조직을 바늘로 콕콕 찔러서 단단한 인형 형태로 만드는 작업인데요. 홀만 작가는 원래 변호사였는데 현재는 아동도서 작가이자 펠트아티스트 그리고 아빠란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작품을 보면 아빠가 되는 것은 한 번에 11가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형제 중에 누가 잘못 했는지 판별해주는 판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서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수행해낸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잘했어, 엄마!’ 편도 있다고 했죠. 인형을 만들고 사진을 찍은 다음 포토샵으로 마무리가 된 작품이라고 보시면 돼요. 마지막으로 안수민 전시해설가가 다른 작품들도 천천히 보면서 상상해보면 더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얘기했죠. “그림책은 어린이가 방문하는 최초의 미술관이라고 합니다. 원화전의 이미지를 단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의 이미지를 보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린이 도서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가치상을 받은 책들도 전시됐다.

어린이 도서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가치상을 받은 책들도 전시됐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현장에 있는 그림책들을 살펴보고 있다. 관람객 누구나 의자에 앉아 그림책을 볼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현장에 있는 그림책들을 살펴보고 있다. 관람객 누구나 의자에 앉아 그림책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라가치상을 받은 도서들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1966년 제정된 라가치상은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출간된 어린이 도서 가운데 각 분야의 최고 아동 도서에 주는 상이에요. 어린이 도서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죠. 이 밖에도 2017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올해 최고의 출판사로 선정된 보림출판사의 책도 볼 수 있었어요. 여러 책도 읽어보고, 열심히 스탬프를 찍으며 전시를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일러스트 엽서 선물을 받으며 전시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다채로운 일러스트 작품들을 보며 잠시나마 위안과 자극을 받은 시간이었죠.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씨씨오씨, 동행취재=김리나(서울 영훈초 6)·오은교(경기도 상하초 6) 학생모델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소년중앙 첫 취재라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예술의전당에 갔어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많은 작품들을 보며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전시회였죠. 특히 ‘모모와 토토’의 “자신의 의견만 강조하지 말고 상대방의 의견도 존중하자”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나의 의견을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들의 의견도 귀 기울여 잘 들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요. 스탬프를 다 찍으면 예쁜 엽서를 받을 수 있어서 더욱 뿌듯했죠. 여러분도 꼭 놓치지 마세요.    김리나(서울 영훈초 6) 학생모델

평소에도 일러스트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일러스트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에 전시된 한국작가 분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고, 일러스트의 다양한 매력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러스트작가,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전시니까 꼭 추천하고 싶어요.    오은교(경기도 상하초 6) 학생모델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장소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전시 기간 4월 23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20분)
입장료 어린이 9000원, 청소년 1만원, 어른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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