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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오페라 700억, 뉴욕필 120억 손해…감독 월급도 0원

중앙일보

입력

긴급 펀드에 후원을 호소하는 뉴욕필하모닉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긴급 펀드에 후원을 호소하는 뉴욕필하모닉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재정 위협이 심각하고, 도움이 없으면 오페라단의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급한 후원이 필요합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총감독인 피터 겔브가 후원자들에게 보낸 편지다. 2006년부터 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겔브 감독은 편지에서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무급으로 일하겠다”고 썼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겔브 감독은 무기한으로 임금을 받지 않기로 했으며 임원들은 임금을 10%, 고위급 임원들은 25~50% 삭감하기로 했다. AP는 겔브 감독이 받지 않기로 한 임금이 약 145만 달러(17억원)이라고 밝혔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예산 규모에서 미국 내 최대 공연 단체로 꼽힌다. 매년 운영 예산은 3억달러(약 3600억원) 이상이다.

미국 예술계 "가장 큰 위기는 금전적 피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예술계 위기가 ‘돈 문제’로 빠르게 귀결되고 있다. 미국에서 특히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NPR에 따르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이달 31일 이후 오페라 오케스트라, 합창단의 단원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5월 9일까지 잡혀 있던 이번 시즌 공연이 모두 취소되면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측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뉴욕시가 공식적으로 500명 이상 모임을 금지했으므로 계약서 상의 천재지변에 속한다”며 “다만 건강보험과 단원들의 악기에 대한 보험은 계속 유지된다”고 밝혔다. 고용은 유지되는 셈이지만 사실상의 해고에 가까운 조치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폐쇄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연합뉴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폐쇄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연합뉴스

사정은 워싱턴에서도 다르지 않다. 워싱턴 공연장 케네디 센터의 상주 단체인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NSO) 데보라 루터 대표는 27일(현지시간) “다음 달 3일 단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후 공연장이 다시 문을 열 때까지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또 “공연장이 계속 폐쇄된다면 건강보험은 5월 이후 중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케네디 센터는 이달 12일부터 5월 10일까지의 모든 공연을 취소했다. NSO의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단원 96명에 대한 임금이 한 주 40만 달러(약 4억8000만원)”이라며 “공연이 취소되고 티켓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집에 있는 단원들에게 임금을 계속 지급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반면 뉴욕필하모닉은 자구책을 찾아냈다. 뉴욕필의 데보라 보더 대표는 “모든 단원은 4월 1~30일 기본급을 받고 5월 31일까지는 75%를 받게 된다”이라고 23일 발표했다. 출근은 하지 않되 집에서도 온라인 공연 등 지역 사회를 위한 노력을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뉴욕필은 새로운 사이트(NY PHIL Plays On)를 열어 그동안 녹화했던 150여편의 공연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단원들에게 임금은 지급하지만 뉴욕필의 상황도 다급하다. 뉴욕필은 6월 13일까지 모든 공연을 취소했고 공연 스트리밍 사이트와 함께 후원 사이트도 새로 열어 긴급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보더 대표는 “오케스트라는 178년 역사에서 남북전쟁, 2차 세계대전, 스페인 독감을 겪고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처음 맞이하는 위기이며 가장 엄청난 것은 경제적 위기다”라고 했다. 뉴욕필은 이 밖에도 취소된 공연의 티켓을 환불받지 않는 식으로 청중의 후원을 권장하고 있다. 보더 대표가 밝힌 코로나 19로 인한 뉴욕필의 금전적 손해는 1000만 달러(약 122억원)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이번 팬데믹으로 6000만 달러(약 732억원)의 손해를 예상한다고 전하며 “중소규모 예술단체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더욱 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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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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